‘비상계엄 위헌성’ 언급 없지만 ‘윤석열 탄핵 결정’ 기류는 엿보인다
대통령 권한 폭넓게 인정한 김복형, 결정 열쇠 쥘까
“윤석열 사건 각하 가능성 작아졌다” 관측도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정문이 윤석열 대통령 사건의 예고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헌재는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에 대한 직접 언급을 피해갔다. 다만 이날 헌재 결정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된 만큼 윤 대통령 파면 여부 결정을 앞두고 헌재 내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는 24일 ‘기각 5’ ‘인용 1’ ‘각하 2’ 의견으로 한 권한대행 탄핵 기각을 결정했다. 기각 재판관 중 김복형 재판관은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는 위헌이 아니다”라며 세부적인 의견은 달리했다. 헌재가 각기 다른 네 가지 관점에서 한 권한대행 사건을 판단한 것이다.
그간 법조계 안팎에서는 헌재가 국론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 윤 대통령 탄핵 ‘만장일치’ 결정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분석이 우세했다. 이창수·조상원·최재훈 검사와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이 기각 의견을 낸 것 또한 이 같은 예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그러나 이날 결정에서는 재판관 간 이견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남겨놓고 헌재 내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상 확인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에서 각하 의견을 낸 정형식 재판관과 조한창 재판관은 기존에도 보수 재판관으로 분류됐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지명했고 조 재판관은 여당이 선출했기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기각 또는 각하를 주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래서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 결정 이후 김복형 재판관에게 큰 관심이 쏠린다. 이날 김 재판관은 “재판관 임명은 엄연히 대통령 권한”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재판관 자격 요건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기각 의견을 냈다. 권력분립을 근거로 재판관 불임명을 위법으로 본 재판관들에 비해 비교적 대통령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김 재판관은 ‘4대4’로 의견이 갈렸던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사건에서도 기각을 주장했고, 마은혁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에서는 소수의견으로 국회의 심판 청구 과정을 지적하는 등 보수적으로 판단했다. 현 8인 체제 헌재에서 재판관 3명이 탄핵 반대를 주장하면 탄핵은 인용될 수 없다.
한 권한대행 탄핵심판 사건처럼 윤 대통령 사건에도 재판관들의 소수의견이 그대로 담길지는 불투명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에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 또한 이견 조율과 만장일치 결정을 위한 작업 때문이라는 분석도 많다. 만일 헌재가 계속 만장일치 결정을 고수하면 윤 대통령 파면 여부는 더 늦게 결론 날 수 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권한대행과 윤 대통령 사건은 그 본질과 성격, 정치적 비중이 다르다”며 “한 권한대행 사건은 재판관들이 부담 없이 본인의 색채를 드러낼 수 있지만 윤 대통령 사건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만장일치로 결론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의결 정족수 문제 등 윤 대통령 사건보다 절차적 쟁점이 더 많았던 한 권한대행 탄핵이 ‘각하’되지 않은 점을 토대로 윤 대통령 사건 각하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이었으나, 재판관 8명 중 6명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또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내면서도 ‘내란죄 철회’ ‘수사기록 증거 채택’에 대한 별도 판단은 언급하지 않았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피청구인 측이 내란죄 철회 등을 문제시했건 안 했건 소송 요건이기 때문에 판단은 해야 하는데, 이를 따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적법하다고 봤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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