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불 사망자 18명 중 16명 59세~93세…행안부는 안전취약계층 통계도, 매뉴얼도 없어

최서은 기자 2025. 3. 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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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영양군 화매리 일대 주택 등 건물들이 27일 전소돼 뼈대만 남아 있다. 영양 | 성동훈 기자

경상북도 북동부를 중심으로 번진 이번 대형 산불 재난의 사망자 대부분이 60~90대 노인과 장애인, 환자 등 안전취약계층으로 파악됐다. 현행법은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을 안전취약계층으로 규정하고 별도의 지원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지만, 행정안전부는 이들에 대한 재난 피해 현황 통계, 위기관리 매뉴얼 모두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산불 사망자 발생 보고 현황을 보면, 전날까지 경북 안동·청송·영양·영덕 등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 사망자와 실종자 18명 중 14명이 모두 60대 이상 고연령층인 것으로 집계됐다. 2명은 59세, 2명은 주택화재로 매몰돼 나이가 파악되지 않았다.

사망자들 대다수가 고연령층인 데다가 지병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다수였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76세였고, 소아마비 환자 1명·청각장애 1명·와상환자 4명·치매환자 1명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집이나 차 안에서 나오지 못해 소사되거나, 대피 중 사망하기도 했고, 주택 화재로 매몰되거나 차량 폭발로 숨지기도 했다.

한 71세 여성은 소아마비 환자로 고립돼 질식해 사망했고 부부였던 89세 남성과 83세 여성은 불에 타 사망한 채로 집 앞 내리막길에서 아들에게 발견됐다. 88세 남성, 86세 남성, 80세 여성은 실버타운 와상환자들로 차량으로 대피하던 중 산불이 확산하면서 차량이 폭발해 사망했다.

화재예방법과 재난안전법은 장애인·노인·어린이 등을 ‘화재안전취약자’와 ‘안전취약계층’으로 규정하고, 별도의 지원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방청은 화재안전취약자의 피해 현황을 관리하고 있으나, 행정안전부는 안전취약계층의 재난 피해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안전취약계층을 위한 재난 분야 위기관리 매뉴얼도 없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의 재난 피해 현황과 별도의 재난 분야 위기관리 매뉴얼은 없다”며 “다만 안전취약계층 대피관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행동매뉴얼 표준안을 배포해 지자체 행동매뉴얼에 포함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전체 화재 피해자 1만888명 중에서 장애인, 노인, 어린이는 3958명(36.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재난·재해 상황에서 스스로 힘으로 대피하기 힘든 노인과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 의원은 화재와 재난 상황에서 더욱 취약한 장애인, 어르신, 어린이 등 취약계층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화재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재난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서 의원은 “이번 대형 산불 참사가 보여주듯, 재난은 항상 장애인, 노인 등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준다”며 “국가는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화재·재난 안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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