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이 방심하면, 윤석열 같은 독버섯 생겨” 깨달음 얻었다는 소설가 현기영
4월로 넘어간 윤석열 탄핵 선고에
“헌재, 늦게라도 정의 실현할 것이라 믿어”

그는 “이들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승만 정권 이전부터 계속돼 온 기득권 세력, 정치적 이익 때문에 모인 이들이 그간은 도덕적 흠결로 인해 자신을 억누르고 있다가, 이제 ‘우리도 옳다’며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사회에 불어온 이승만 전 대통령 우상화 현상 등이 잠복해 있던 극우가 모습을 드러낸 시초라는 것이다.
그는 “일부 극우 세력은 어떤 정치적 신념보다는 극단적인 재미와 오염된 사상에 의해 활동하고 있다. 보수진영이 이들 세력에 이끌림 당하고 있는데, 이후의 과오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난동세력에 점령당한 국민의힘 등 여권이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고, 탄핵기각을 외치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다만 한강 등 작가 400여명이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문학계에서는 희망을 발견했다. 그는 “한강이 노벨상을 받게 된 요인 중 하나가 민주화의 문제, 사회 정의를 주제로 한 소설을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광주와 제주를 다룬 두 작품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았다. 계엄령이 문학계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2030 여성 등 젊은이들이 내란에 맞서기 위해 광장으로 나선 모습에도 놀랐다. 그는 “기성세대로서,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겪은 사람으로서 현시대 젊은이들이 사회 현상에 대한 인식보다는 일상에 함몰돼 엔터테인먼트에만 빠져있다고 생각했던 면이 있었다”며 “계엄령 이후 바람처럼, 기적처럼 젊은이들이 나타난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내가 젊은 세대를 많이 오해했구나’ 자괴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올해 77주년을 맞는 제주 4·3사건 역시 여전히 지연된 정의의 실현을 위한 여정 중이다. 정치사회적인 변화와 더불어 말하는 것조차 꺼려졌던 일들이 소설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다뤄지고 있다. 다만 <순이삼촌>이 영화로 완성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제작진이 시나리오까지 써왔지만, 투자자를 찾지 못해 실패했다고 들었다. 두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다 그렇게 끝났다고 안다”며 “정지영 감독이 최근 4·3사건을 소재로 영화를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3편짜리 장편소설 <제주도우다>를 발표하며 이제 소설로서 4·3사건을 다루는 시도는 그만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 작가는 “소설가로서 아주 고집스러운 편견에 사로잡혀 글을 써왔다. ‘4·3’이라는 편견, 그러나 그런 편견이 있었기에 글을 쓸 수 있었다”며 “소설은 마지막이라고 했지만, 에세이나 강연 등에서 4·3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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