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 여실히 보여준 대형 산불···지자체장들 “이대론 안돼”

이종섭 기자 2025. 3. 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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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후 삽시간에 번진 경남·경북 산불
초기대응 실패로 열흘간 큰 피해 입혀
정부 콘트롤타워 부재…지자체 임기응변식 대응
지자체장들 “인력, 자원 등 충분히 지원해야”
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의 한 마을에 지난 29일 산불로 인해 주택이 폐허로 변해 있다. 안동|권도현 기자

영남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산불은 산불 대응체계의 총체적 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역대 최대 피해를 남긴 이번 산불은 재난 대응 시스템 부재 속에서 초동대응부터 실패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북 의성에서 22일 시작된 산불은 인근 4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산불이 확산되기 좋은 기상여건도 이번 산불 장기화에 영향을 미쳤다. 산불은 25일 강풍을 타고 시속 8.2㎞의 속도로 주변 지역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번지는 산불은 초기진화 단계에서부터 실패했다. 의성의 첫날 진화율은 6%에 그쳤다. 전날 발생한 경남산청 산불과 함께 21~22일 전국에서 30건의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경북지역의 산불이 주변으로 크게 번졌지만 정부와 산림당국의 대응은 무기력 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산림청은 산불이 동시다발로 확산된 25일 산불영향구역에 대한 제대로 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25~26일은 집계자료도 나오지 않았다. 산림청은 강한 바람 등으로 진화대원들이 모두 철수했고, 열화상 드론을 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결국 산림당국이 보유한 장비와 인력은 대형 산불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주민 대피령을 발령한 지자체들도 주민 안전 확보에 한계를 보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대피를 안내한 방향으로 불이 30분만에 번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고령의 주민들은 자력으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는 재난 콘트롤타워의 부재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정부가 재난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면서 각 지자체가 임기응변식 대응하다 주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다.

산청 산불 이레째인 지난 27일 산림청 소방 헬기가 경남 산청군 구곡산에 붙은 불을 진화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대형산불 피해를 입은 지자체에서는 이같은 현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경북 산불 현장에) 많을 때는 헬기가 90대 가까이 왔지만 담수 용량 1000ℓ 미만이 70%라 공중에서 물을 쏘면 다 흩어지고 없었다”며 “그나마도 밤에는 헬기를 띄울 수 없고, 아침에는 연기나 안개로, 낮에는 바람 때문에 헬기가 뜨지 못해 손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동원된 헬기 70% 담수용량 1000ℓ 도 안 돼”

이 지사는 “외국처럼 수송기를 동원하는 등 적어도 몇 만ℓ씩 물을 담아 초기에 불을 끌 수 있는 장비와 야간에도 뜰 수 있는 헬기나 진화 장비도 필요하다”며 “이제는 산불 대응 체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산불진화에 동원된 헬기는 최대 120대가 전부였다.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헬기는 50대로, 이 중 담수 용량이 8000ℓ인 대형 헬기는 단 7대다. 주력 기종은 러시아산 3000ℓ급 카모프 헬기로, 29대 중 8대가 부품 수급문제 때문에 운영되지 않고 있다.

박완수 경남지사도 경직된 화재진압 절차 완화와 충분한 장비구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 지사는 “이번 산불 진압 과정에서 민간헬기 이착륙시 정부 허가문제로 헬기 동원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며 “특별재난지역 등 특수 상황에서는 정부 허가 없이도 민간헬기 이륙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진압에 산림청 특수진화대가 많은 역할을 했다. 정부는 지자체 광역산불전문예방진화대에도 충분한 장비 및 시설 지원해줄 것을 건의한다”고 했다.

박 지사는 “산불 진화 과정에서 주간에 불을 끄면 야간에 재발화하는 상황이 되풀이 됐다”며 “야간 산불 진화를 위한 열화상 드론, 이동형 고출력 LED 조명, 휴대용 서치라이트 등 전문 장비가 보강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산불 진화를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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