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 “상급지” 4번 언급… 황당한 정부의 ‘부동산 급 나누기’
정부는 지난 19일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발표했다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한 달 만에 강남 3구와 용산구까지 규제를 다시 확대 적용했죠. 이때 정책만큼 논란이 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상급지’입니다.
이날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합동으로 낸 8페이지짜리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설명 자료에서 상급지라는 표현을 네 번이나 썼습니다. 정부 부처가 낸 자료에 지금껏 쓰인 적이 없는 단어입니다.
현장에선 당연히 “자료에 나온 상급지가 어느 지역이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호 지역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료엔 ‘상급지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로 인해 추격 매수가 늘어 강남·송파 지역 상승세가 인근 지역으로 확산’, ‘갭투자 비율도 강남 3구를 중심으로 크게 반등하는 등 상급지 위주로 가수요 유입 흐름 발견’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결국 강남 3구를 상급지라고 정부가 지칭한 것입니다.
정부 문서에 사용하면 그 말의 무게와 의미가 달라집니다. 상급지는 본래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주로 쓰인 말입니다. 특정 지역 거주자들이 자신의 주거지 가격을 띄우고 타 지역을 낮추거나 비하하기 위해 쓰기 시작한 표현으로, 이후 온라인을 통해 널리 퍼졌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됐던 단어를 정부가 공식 정책을 발표하면서 그냥 가져다 사용했다는 데 있습니다. 상급지가 있다면 당연히 하급지도 있다는 뜻이 됩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상하를 나눈 꼴입니다.
정책 발표 직후에 “정부가 공인한 중급지, 하급지는 어디인가” “정부가 나서서 입지 가치에 대한 급을 나눠 특정 지역의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긴다”는 비판이 속출했던 이유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논란이 계속되자 뒤늦게 본지에 “앞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들에 대해선 주의하겠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빗겨난 일부 지역과 아파트 단지는 온라인에서 ‘하급지’로 분류되면서 조롱의 대상까지 되고 있습니다.
신중하지 못한 정책 번복으로 시장은 이미 혼돈을 겪는 중입니다. 여기에 정부가 세심하지 못한 단어 사용으로 불필요한 분란까지 얹은 것은 아닌지 돌아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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