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오락가락한 토허제, 표 노리는 '무리수 정책' 삼가야

양재찬 편집인 2025. 3. 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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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양재찬 프리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
토허제 해제 후 급등한 강남 3구
35일 만에 토허제 해제 철회해
토허제 해제 전 시장 우려 컸지만
‘급격한 집값 상승 없다’고 강변
서울시의 오판과 정부의 방관
오세훈 시장의 오락가락 정책
‘조기 대선’ 의식한 정략적 결정
집값과 주거 안정에 초점 맞춰야
정부의 주택정책은 선거를 의식한 정략적 판단이나 선심 경쟁에 치우쳐선 안 된다. 집값 및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진 | 뉴시스]

3·19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은 서울시의 오판과 정부의 방관이 초래한 정책 참사다. 서울시는 금리인하 시기와 봄 신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실거래가격이 꿈틀대는데도 지난 2월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을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대상에서 해제했다. 부동산정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극적인 태도로 시장 과열과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조치를 방치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 과열 조짐이 번지자 서울시는 35일 만에 잠삼대청 토허제 해제를 철회했다. 여기에 얹어 토허제 대상을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로 확대했다.

토허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단체장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주택은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구區 전체가 토허제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정부 때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에도 동洞 단위 또는 주요 정비사업 구역 위주로 규제했다. 2·13 조치로 강남권 291개 아파트단지 토허제를 풀었는데, 3·19 조치로 2200개 단지 40만 가구 아파트가 규제 대상에 올랐다. 서울시 면적의 27%가 토허제 대상이 됐다.

시장에선 연초부터 토허제를 완화하면 아파트값이 들썩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강남지역 매수 수요가 장기간 억눌린 데다 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이라 시장을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가 가능해지는 만큼 호가와 실거래가 상승, 거래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사진 | 뉴시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검토를 언급한 1월 중순부터 들썩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변동률은 지난해 12월 -0.29%에서 올해 1월 0.17%로 반등했다. 강남·강동·서초·송파구 등 동남권 변동률은 0.39%로 더 높았다. '똘똘한 한채'를 마련하려는 타 지역 거주자의 매수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부동산 거래가 하향 안정화됐다고 판단해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부동산 규제완화, 특히 강남권 시장을 좌우할 토허제 완화는 시기와 범위를 좀 더 신중히 결정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토허제 완화 이후 실거래가격이 급등하는데도 서울시는 '급격한 집값 상승은 없다'고 강변했다.

국토부도 정책 참사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토부는 토허제 완화 전 서울시에 "부동산 경기가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지자체에 토허제 적용 권한이 있어 "완화하지 말라'는 의견을 적극 전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기 대선'을 의식한 오세훈 시장의 정략적 결정을 중앙부처가 견제하지 않아 정책 혼선을 초래했다.

정부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야 신뢰를 얻고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시중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대상인 부동산시장 정책은 더욱 그렇다. 이번 토허제 해제-번복 확대 재지정처럼 짧은 기간에 오락가락하면 신뢰를 얻기는커녕 시장을 혼란에 빠뜨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국토부와 서울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발표한 3·19 대책 명칭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다. 이를 놓고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선제 대응"이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급격한 시장가격 변동성을 조기에 진화하겠다는 정책 의지"라고 했다.

도대체 무엇이 선제 대응이고, 조기 진화인가. 역대 정부가 5년 임기 내내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명칭으로 숱한 대책을 쏟아냈는데도 왜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계속 오르나. 언제까지 신혼부부들은 내 집 장만하기가 버겁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하면서 빚에 허덕여야 하는가.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흔히 부동산은 정책이 8할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 상당수 정책의 발표 시점이 큰 선거를 치르기 전이다. 정책 내용도 다분히 표를 노리는 포퓰리즘 선심성 성격이 짙은 경우가 허다했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오른다고 믿는 불문율이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배경이다.

지난 2월 서울 강남3구의 국민평형 아파트(전용면적 84㎡) 평균 거래가격이 20억원을 넘어섰다. 같은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1월보다 63% 늘었다. 결과적으로 3·19 부동산 대책은 서울시와 국토부가 서울 아파트값에 불을 지른 뒤 "불이야!"라고 외치며 대피하라는 격이다.

무릇 정부의 주택정책은 지금도 너무나 비싼 수도권 집값 및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지 선거를 의식한 정략적 판단이나 선심 경쟁에 치우쳐선 안 된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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