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노숙인 발에 핸드크림 발라 준 천사 찾습니다’ [아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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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만나는 노숙인에게 가까이 가는 일은 좀처럼 어렵습니다.
도움을 주려는 손길에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잘 씻지 못해 나는 냄새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숙인 옆을 지날 때 걸음을 재촉하거나 일부러 피해 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 한 천사는 노숙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물론 냄새나고 다 부르튼 손과 발에 손수 로션까지 발라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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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해주시는 분은 처음
…천사에 감사 인사 하고 파”
거리에서 만나는 노숙인에게 가까이 가는 일은 좀처럼 어렵습니다. 도움을 주려는 손길에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서일 수도 있지만, 잘 씻지 못해 나는 냄새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숙인 옆을 지날 때 걸음을 재촉하거나 일부러 피해 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 한 천사는 노숙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물론 냄새나고 다 부르튼 손과 발에 손수 로션까지 발라주었습니다.
서울역 아침 무료 급식소인 ‘아침애만나’에 8개월쯤부터 지금까지 오셔서 아침 식사하는 66세 어느 노숙인이 전해준 이야기입니다. 그는 급식소 봉사자에게 “살면서 이런 대접은 처음 받아봤다” “천사를 만났다”며 연신 자랑하셨다고 합니다. 아침애만나는 이랜드복지재단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6개 교회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노숙인이 전해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2월 26일 아침을 재현해 보았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아침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였습니다. 너무 추운 날씨에 움직이기 싫기도 했지만, 따뜻한 아침과 친절한 봉사자들의 얼굴이 떠올라 없는 힘을 짜내 지하철 첫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 누군가 제 손과 발을 만지는 것에 놀라 눈을 떴습니다. 40~50대쯤 중년 여성이 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핸드크림을 발라주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에게도 그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를 그렇게 대해주는 사람은 그분이 처음이었습니다.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았습니다. 여성은 제게 자신이 입고 있던 하얀색 후리스 외투를 벗어주려 했습니다. 거절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저는 여성에게 물어봤습니다. ‘혹시 교회 다니세요’?라고요. 요즘 저는 급식소에서 아침을 기다리면서 짧은 예배를 드리곤 하는데, 급식소에 오시는 교회 봉사자들도 많고, 또 그들의 헌신적인 행동을 자주 보았기 때문입니다. 여성 분은 제게 인천의 어느 교회를 다닌다면서 이름을 말해주곤 자리를 떴습니다. 여성이 주고 간 외투에는 핸드크림과 만 원짜리 지폐 2장이 들어있었습니다. ”
이 노숙인은 이날 급식소에 도착해 급식소 대표인 구재영 목사님과 봉사자에게 오는 길에 만났던 천사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의 손과 발에 정성스레 핸드크림을 발라준 천사를 꼭 찾고, 감사 인사를 제대로 드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겨울에도 맨발에 슬리퍼만 신어 손과 발이 모두 부르튼 이 노숙인에게 급식소 봉사자들은 방한용품을 드린다고 말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노숙인은 “지금 깨끗한 상태가 아니니, 몸과 마음이 정돈되었을 때 그 옷을 입고 싶다. 지금 새 옷을 입으면 그 옷도 더럽혀질 것 같다”며 한사코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하철 천사가 건네준 외투는 그의 단단했던 마음마저 녹였던 것 같네요. 이렇게 말씀하신 걸 보니 말입니다.
“그분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게 주신 외투도 매일 입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계속 입고 다닐 계획입니다. 여름에도 입을 겁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이 저를 감싸주시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노숙인은 여성이 다닌다는 교회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했습니다. 찾아보니 인천 미추홀구의 필그림교회였습니다. 김형석 담임목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김 목사는 20일 “그런 분이 우리 교회 성도님이신 게 참 고마웠다. 더 좋은 목사가 되라고 격려해주시는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담의 주인공을 찾진 않았다고 했습니다. “지난 9일 설교에서 ‘하나님이 다 아실 테니, 그 성도님이 굳이 누구인지 찾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전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 교회 교인이 노숙인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간 건 평소 사역과 무관치 않아 보였습니다. 교회는 일주일에 사흘 아침애만나 배식 봉사를 맡고 있다고 하네요. 또 인천의 교회 5곳이 모인 초교파 모임 ‘마가의 다락방’의 일원으로 코로나19 당시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았을 때 노숙인과 쪽방촌에 도시락 나눔 사역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 목사님은 처음 이 사연을 전해 듣고는 “그 분은 우리 교회 교인일 리 없다. 천사일 거다”고 농담했다고 합니다. 저도 그의 말에 100% 공감하는 바입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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