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 “몸조심”·안철수 “죽은듯이”, 탄핵정국 말 절제해야
민주주의는 설득으로 유지되고, 설득은 말을 통해 이뤄진다. 시민들의 다양한 가치를 조정해야 할 정치에서 말의 힘은 특히 중요하다. 정치인의 말이 거칠어지면 적대·증오가 깊어지고, 민주주의도 위험해진다.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심판을 앞두고 극한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부적절하고 자극적인 말이 늘고 있어 유감스럽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향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현행범”이라며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몸조심하기 바란다”는 말도 이어졌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3주가 지나도록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최 대행을 직격한 말이지만, 그 표현은 제1야당 대표의 공개 발언이라고 믿기 어려운 수준의 독설이다. 탄핵 선고가 지연되는 책임과 위헌 시비가 큰 최 대행의 언행을 설득적으로 설명하면 될 일이지, 이런 가시 돋친 험담은 그 취지와 달리 또 다른 공방만 부를 뿐이다. 이에 “이 대표야말로 현행범 체포 1순위”라고 맞대응한 국민의힘도 자중해야 한다. 내란 수습은커녕 마 후보자 임명을 막고, 기각·각하 운운하며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할 소리는 아니다.
이 대표를 겨냥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말도 귀를 의심케 한다. 안 의원은 이 대표가 국민의힘에 제안했던 AI 공개 토론 대신 유발 하라리 교수와의 대담을 택했다며 “(지난해 1월 부산 정치테러 사건 때처럼) 목을 긁힌 뒤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이재명 대표”라고 했다. 아무리 정적이라 해도 언어 테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행태에 부끄럽고 참담할 뿐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윤석열 탄핵을 놓고 ‘심리적 내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일 민주당 백혜련·이건태 의원 등이 헌재 앞에서 윤석열 파면 촉구 기자회견 도중 태극기를 든 이들에게 날계란을 맞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또 양측 극성 지지층들이 헌재 앞 식당 주인들의 성향을 추정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음식 맛에 낮은 점수를 매기는 ‘별점 테러’를 가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정치적 이견으로 생기는 반목이 ‘큰 폭력’을 낳을 수도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윤석열 내란으로 촉발된 갈등과 분열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절제된 언어와 신중한 행동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다. 자극적인 막말은 상대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세상도 무너뜨린다는 걸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헌재는 더 이상의 국정 혼란과 국민 불안을 막기 위해 하루빨리 전원일치 의견으로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파면 선고를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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