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의원,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탄핵은 되는 거야?"

이희동 2025. 3. 2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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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동의 5분] 계엄을 대하는 기초의원의 슬기로운 자세

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희동 기자]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주말집회의 인파
ⓒ 이희동
답답한 시국입니다. 윤석열 내란범은 구속에서 풀려나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아직도 깜깜무소식입니다. 국민들은 답답한 마음에 밤마다 광장을 가득 채우고, 혹시 속보라도 떴을까 봐 무한 새로고침 중입니다.

도대체 헌법재판관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요? 설마 모든 국민이 증인이었던 그날 밤 윤석열의 명백한 위헌 행위를 인정조차 하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많은 이들의 추측대로 절차적 정당성 때문에 최대한의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까요?

아무도 그 결과를 감히 예측할 수 없고, 일손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현 시국. 이번 기사는 이런 상황을 맞는 지방의회 기초의원의 자세에 대한 내용입니다.

끊임없는 질문
 윤석열을 파면하라
ⓒ 이희동
어느새 100일이 훌쩍 넘어버린 지난해 12월 3일 내란의 밤. 계엄사령부가 발표한 포고령 제1호의 1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궁금했습니다. 사사건건 윤석열을 막아섰던 국회야 그렇다 치고, 그는 왜 지방의회의 정치 활동도 금했을까요? 그는 기초의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단순히 모든 민주당 의원들을 반국가 세력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벌어졌던 일일까요?
이와 같은 본 의원의 궁금증은 12월 14일 국회의 탄핵 절차가 마무리 되고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풀리게 되었습니다. 설날을 맞아 지역 주민들에게 인사도 하고, 날이 풀리면서 평소와 같이 다양한 행사를 하게 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윤석열이 우려했던 기초의원의 역할을 새삼 깨닫게 된 것입니다.
 강동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성명 발표
ⓒ 더불어민주당
마주치는 주민들은 백이면 백 똑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새벽에도, 늦은 저녁에도 전화해서 묻기도 합니다.

"도대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냐."
"이 상황이 언제 종결되느냐."
"탄핵이 되는 것은 분명하냐."

그렇습니다. 기초의회의 의원은 일반 주민이 접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언로 중 하나입니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거대 언론이 권력의 편에 서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현실 속에서 기초의회 의원은 주민이 신뢰하는 정치의 최소단위입니다. 선뜻 쉽게 다가설 수 없는 국회의원과 달리 편하게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존재로서 구의원.

기초의회의 역할

주민들과 본 의원은 일상의 공유를 통해 생성된 믿음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적지 않은 주민들이 본 의원의 설명에, 해설에 귀를 기울였고 또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거리낌 없이 전달했습니다.

야당 지지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 응원해 주었고, 평소에 중도를 표방하던 주민들도 이건 아니지 않느냐며 혀를 찼습니다. 심지어 여당을 지지하는 주민들도 이렇게 큰일을 벌여놓고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일상적인 현수막을 거는 여당 당협위원장을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엄중한 시국에 어울리지 않는 현수막을 거는 여당
ⓒ 이희동
백척간두에 선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바닥의 민심. 아마도 윤석열은 이런 풀뿌리 민주주의가 불편했을 것입니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모든 이들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는 그에게 기초의회는 위험한 존재였을 겁니다. 사람들이 자신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반국가 세력인 야당 의원과 여당 의원이 당은 달라도 지역의 일상을 통해 소통하고 협의하는 기초의회는 그가 꿈꾸었던 획일적인 사회에 걸림돌이었을 겁니다. 극우 유튜브를 통해 세상에 대한 정보를 극단적인 형태로만 이해하고 있는 그에게 기초의회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을 것입니다.

결국 이런 기초의회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은 극우 정부가 규정하는 피아구분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끊임없이 정치적 갈라치기로 국민들을 통제하고자 했지만 지역에서는 이런 공식이 쉽게 통하지 않습니다. 야당은 반국가 세력이기 전에 의정생활의 파트너이며, 오랫동안 보아온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기초의회가 지닌 힘입니다.
 윤석열의 석방 이후 매일 광화문으로 출근하고 있는 이희동 구의원
ⓒ 이희동
헌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선고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여전히 제게 설마하며 위로를 받고자 합니다. 그들을 대신해서 본의원은 오늘도 광장에서 큰소리를 외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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