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선 변호사들 "헌법재판소 선고 지연, 그 자체로 부정의"

유지영 2025. 3. 20.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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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결성 이래 처음으로 '변호사대회' 연 민변..."윤석열 파면만이 무너진 헌법질서 바로 세워"

[유지영, 이정민 기자]

▲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 즉각 파면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참석자들이 헌법재판소 즉각 파면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이 급박한 사정에도 결론을 못 내리고 (탄핵 선고를) 지연시키는 이 높으신 헌법재판관님들에게 헌법은,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이 자리를 통해 하소연하고 싶다. 당신들이 헌법을 알아? 당신들이 민주주의를 알아? 헌법과 민주주의의 역사와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습니까?" (김칠준 변호사)

인권침해감시단으로 탄핵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해온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들이 탄핵 선고를 지연하는 헌법재판소를 규탄했다. 변호사들은 "내란 행위를 저지른 윤석열의 조속한 파면 결정만이 무너진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민변 변호사 120여 명이 20일 오후 5시 30분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인근에 모여 변호사대회를 열었다. 시민들 100여 명도 이날 변호사대회에 함께 참여했다. 민변이 변호사대회를 연 것은 1988년 결성된 이래 처음이다.

이날로 단식 13일차를 맞은 윤복남 민변 회장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 지연에 대해 "1987년 헌법 개정의 산물인 헌법재판소가 이래서는 안 된다"라면서 "이런 비상한 시기에 민변 변호사들이 나서서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왜 비상 계엄이 인권 침해인지, 왜 헌법재판소는 즉각 파면을 결정해야 하는지를 시민들 입장에서 법정 바깥 최후 변론을 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김칠준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헌법과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의지와 염원의 결정체"

36년차 변호사로 '최후 변론'을 위해 무대에 오른 김칠준 변호사는 "요즘처럼 부끄럽고 무력하고 화가 치밀 때가 없었다. 왜 그렇겠나? 지금 나라를 온통 망쳐놓고 이 사태를 만들어가는 주범들이 대부분 법조인이기 때문"이라고 외쳤다. 그의 외침에 변호사대회에 모인 변호사들과 시민들은 피켓을 흔들면서 환호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그들에게 있어 헌법과 민주주의는 출세를 위해 공부할 때 고득점을 해야 할 시험과목에 불과하고 자리 하나 차고 나면 휴지통에 버려도 되는 하찮은 것일까"라며 "우리 헌법은 민중들의 피맺힌 독립운동과 반독재 민주화 투쟁, 그리고 5.18 민주항쟁과 6월 항쟁의 반석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의 금자탑이다. 오늘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시민들의 의지와 염원의 결정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우리 헌법은 그 어떤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계엄이나 내란을 본질적으로 거부한다. 주권자가 헌법을 수호하라고 반헌법, 반민주 세력의 준동을 즉각 진압하라고 만들어 놓은 게 바로 헌법재판소다"라며 "헌법재판관은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파수꾼의 역할을 엄중하게 수행해야 할 책무를 가진 공직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헌법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우리 헌법을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나도 법조인이지만 그 어떤 '신박한' 법리도, 신출귀몰한 법률가도, 윤석열의 비상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일련의 사태가 반헌법적 민주주의 파괴 행위이자 내란 행위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선고 지연은 그 자체로 부정의하다"라고 말했다.
▲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임재성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지난해 12월 3일에 겪은 비상 계엄의 밤을 말했다. 임 변호사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해인 1950년생인 아버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다고, 이게 말이 되는 행위냐면서 외치셨다. 아파트 위로 계속 들려오는 헬리콥터 소리에 나머지 가족들은 벌벌 떨었고, 나도 밤새 불안과 분노에 울음을 삼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변호사는 "피청구인 윤석열은 2월 3일 변론 기일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변했지만 전국민이 받은 공포와 충격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그 어떤 사건보다 깊고 잔인했다"라면서 "전국민의 불안과 공포, 분노는 1980년 광주처럼 오래 갈 것이다.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파면만이 시민들에게 유일한 치유와 믿음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최새얀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최새얀 변호사는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을 언급했다. 최 변호사는 "윤석열은 언제나 시민이 아닌 권력에만 충성하는 자였으며 시민들의 삶과 안전을 무참히 짓밟았다"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헌법은 무너지고 있다. 윤석열의 파면 결정이 있지 않은 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계엄을 선포해도 되는 나라다"라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이미 조금 늦었다"면서 "단 1분이라도 지연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가 아니"라고 말했다.

장서연 변호사는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을 지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들의 반헌법적 궤변에 힘을 실어주고 소수자에 대한 증오 선동을 확산시키고 이들의 적개심을 이용하는 적대와 증오의 정치를 증폭시키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시민들이 하루 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피청구인' 윤석열을 즉각 파면해달라"고 주장했다.
▲ 민변,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무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변호사대회-주권자 시민의 최후변론: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에서 장서연 변호사가 최후변론을 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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