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분의 일'이 찍은 광화문 역대급 사진 탄생 비화
[임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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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5일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 당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찍은 원본사진. |
ⓒ 임재근 |
대전에서 살다 보니 매번 대전 집회에만 참석하다가 지난 15일에 처음으로 서울 집회로 향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이 '100만 총집결'을 호소해 나도 '백만 분의 일'이라도 돼야겠다고 생각해 광화문으로 갔다.
이날 서울 집회 참석은 처음이었지만, 광화문 집회 장면은 근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찍으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박물관 건물을 바라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옥상에 올라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나도 얼른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막상 옥상에서 광화문 쪽을 내려다봤는데, 잔디밭과 도로가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백 만이 모인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아 신경이 쓰이면서도,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내려왔다.
양보하려던 찰나 포착한 광화문, 청와대, 북악산 그리고 시민들
범시민대행진 대회가 예정된 오후 4시. 주변 사전대회에 참가했던 대열이 행진하며 광화문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회가 시작된 뒤로도 인파가 계속 모여들었다. 30분쯤 지났을까.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빈자리가 채워진 것 같아 다시 서둘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새 옥상에선 광화문 방향으로 사람들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촬영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갈 틈은 보이지 않았다. 눈치작전을 펼치며 잠시 기다린 뒤에야 빈 자리를 찾아 비집고 들어갔다.
나처럼 '백만분의 일'이라도 돼야겠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광화문 주변으로 모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회자의 구호를 따라 목청을 높이는 외침, 음악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흔드는 깃발들의 물결. 그 모습에 주저 없이 셔터를 연신 눌렀다. 그러다가 이왕이면 깃발이 모두 쫙 펼쳐졌을 타이밍에 맞춰 셔터를 누르기도 하고, 줌렌즈를 돌려 깃발들만 당겨 찍기도 했다. 한 셔터를 누르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어느 정도 찍었으면 다음 사람들도 좀 찍게 양보 좀 해주시죠!"
나를 향해 말하는 것처럼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래, 찍을 만큼 찍었고 이제는 같이 온 사람들의 모습을 담으러 가자'고 생각하며 뒤돌아서려는 순간. DSLR로 찍은 사진은 노트북으로 옮기고 사진을 고른 후 올리려면 집회가 끝난 뒤 한밤중이나 될 텐데, 우선 지금의 모습을 공유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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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5일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 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
ⓒ 임재근 |
몇 분 뒤, 전화 한 통이 왔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영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지인의 연락. 당연히 가능하다고 답했다. 집회 중간에 가끔씩 소셜미디어를 살폈다.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찍은 집회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단톡방에 공유된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던 중 파란 하늘이 도드라진, 그러나 구도와 장면이 상당히 익숙한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높은 곳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찍은 집회 사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촬영한 사람들이 나 말고도 엄청 많았으니 비슷한 사진이 어디 한둘일까.
혹시나 해서 내 사진과 프레임을 비교해 보고, 특정 깃발의 구김 정도를 비교해 보니... 같은 사진이었다. 필터 효과가 적용됐는지 하늘색은 파랗게 도드라져 보였고, 사람들이 모인 부분은 약간 어둡게 보여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처럼 보였다. 해상도는 낮아져 사진이 뭉개져 보였지만 되레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 자료 사진처럼 보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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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터가 적용돼 보정이 이뤄진 사진. 이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많이 공유됐다. |
ⓒ 임재근 |
누구 사진인지 알고 있는 나로서는 '내 사진'이라고 말하기가 쑥스러웠다. 사진을 찍은 건 내가 맞지만, 그렇게 보정한 건 내가 아니니 말이다. 누군가 자신의 사진이라고 밝히는 사람이 없으니 나쁜 마음으로 보정을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내가 의도한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퍼지는 것 같아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했다. '누가, 왜'라는 생각은 접었다.
그런데 내가 찍어 올린 원본사진과 보정된 사진이 같은 사진이라는 것을 발견한 어떤 분이 두 장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출처 없이 돌아다니는 사진이 내가 찍은 사진에 누군가 필터를 입힌 것 같다면서 이를 알고 있는지 묻는 글을 올렸다.
처음으로 내 사진을 알아봐준 그분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누가, 왜'가 궁금해졌다. 나는 그분의 글을 공유하며 '원본은 제가 찍은 사진'이라는 걸 공개했다. 얼마 지났을까. 필터를 적용해 공유한 분이 내게 쪽지를 보내 사과했고, 나쁜 의도로 보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해 잘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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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 당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촬용한 원본사진(왼쪽)과 필터가 적용돼 보정된 사진(오른쪽). |
ⓒ 임재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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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 당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촬용한 원본사진(왼쪽)과 필터가 적용돼 보정된 사진(오른쪽). |
ⓒ 오마이뉴스 |
그러나 그날 광화문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고대하는 민주주의의 해피엔딩은 언제쯤 올까?
12.3불법계엄 이후 국민들은 '내란성 불면증' '내란성 스트레스' 등 수많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늦어질수록 국민 피로는 누적되고, 국론분열은 격화하고, 사회적 비용은 늘어난다. 민주주의의 '해피엔딩'을 위해 이번 주가 지나기 전에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라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소개된 보정된 사진과 함께 소셜미디어 상에 공유되는 비슷한 사진도 제가 촬영한 사진이라고 소개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진은 제가 찍은 사진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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