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불 사흘째, 강풍에 안동으로 번져 "집 어떻게 됐는지..."

조정훈 2025. 3. 2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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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지휘본부 차려진 안평면사무소도 대피... 정부, 의성·하동·울주 특별재난지역 선포

[조정훈 backmin15@hanmail.net]

 경북 의성군 대형 산불 발생 사흘째인 24일 산불 현장에 인접한 의성군 옥산면 입암리 한 마을 강변에 불씨가 옮겨붙어 불이 나고 있다.
ⓒ 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인근 안동과 청송 등지로 번져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 정상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경북도는 산불 3단계를 발령,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사흘째인 24일에도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4일 오전 날이 밝으면서 헬기 27대와 진화인력 2602명, 진화 장비 318대 등을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여 진화율 71%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바람이 거세지면서 진화율이 65%로 떨어졌다.

강한 바람, 산불은 동쪽으로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흘이 넘도록 진화되지 않고 계속 확산하고 있다.
ⓒ 조정훈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오후 4시 10분께엔 의성군 점곡면에 인접한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 야산으로 번졌다.

안동시는 이날 오후부터 길안사거리~의성 옥산삼거리 914호선 지방도 양방향을 통제하고 남선면·임하면 일부 주민들에겐 마을회관·학교 등으로 대피하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후 4시 18분 서산영덕고속도로 북의성IC~영덕TG 양방향을 전면 차단했다.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차량은 국도로 우회토록 했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영덕 방면 작은 휴게소인 점곡휴게소 건물도 불길에 휩싸이면서 화장실 건물과 편의점 건물이 불에 탔다.

의성군도 이날 오후 1시 17분 '의성읍 업1리, 업2리, 원당2리 주민과 등산객들은 의성고등학교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하라'는 안전문자를 보냈다.

이어 오후 1시 42분에는 옥산면 감계1리, 감계2리, 실업리 주민들에게 옥산면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하라는 안전문자를, 오후 1시 56분에는 단촌면 하화1리, 상화1리, 상화2리 주민들에게 마을회관으로 대피하라는 안전문자를 발송했다.

얼마 지나지 않은 오후 2시 34분엔 산속에서 진화를 벌이고 있는 진화대원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안전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산림청 산불현장지휘본부가 차려진 안평면사무소에도 대피 명령이 떨어지면서 관계자들은 모두 의성읍 철파리 소재 임시청사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산림당국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안평면사무소 산림청 산불현장지휘본부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아무것도 못 갖고 나왔는데... 걱정만 앞선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계속 확산하면서 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일부 주민이 의성고등학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대피소로 대피하고 있다.
ⓒ 조정훈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진화되지 않고 계속 확산하자 의성군은 24일 오후 의성고등학교 실내체육관에도 주민대피소를 차렸다.
ⓒ 조정훈
주민들의 대피도 계속되고 있다. 의성실내체육관에는 의성읍 업1리와 철파리, 중리3리 주민과 요양원 환자 등 166명이 대피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의성고등학교 실내체육관에도 대피소가 급하게 차려졌다.

의성실내체육관에서 만난 명홍철(82)씨는 "24일 불이 난 후 대피하라는 문자를 받고 가족과 함께 3명이 급하게 이곳으로 왔다"며 "아무것도 가지고 나온 것도 없는데 집이 어떻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걱정만 앞선다"라고 말했다.

의성고등학교 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한 한 주민은 "설마 했는데 우리집 근처까지 불이 번지고 있었다"며 "30분 내로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이곳으로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불안해 했다.

천년고찰도 산불 피해... "부처님께 참회"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로 천년고찰인 운람사 주위로 불이 확산하고 있다. 운람사는 결국 건물 모두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도륜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로 천년고찰인 운람사가 불에 타 기와와 벽돌만 남았다.
ⓒ 조정훈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발생한 화재로 천년고찰인 운람사가 흔적만 남긴채 소실됐다.
ⓒ 조정훈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산불이 발생해 천년고찰인 운람사에까지 번지자 스님과 신도들이 불상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있다.
ⓒ 도륜
산불로 인해 문화재도 큰 피해를 입었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운람사는 삼성각과 3층석탑을 제외한 모든 건물이 잿더미로 변했다. 보광전과 청허당, 공왕루, 공양간은 형체도 없이 무너졌고 스님들이 묵고 있는 수선당도 일부만 남은 채 불에 탔다.

운람사에 있던 문화재들은 화마가 덮치기 전 등오스님과 신도들이 나서 피신시켜 화를 면했다. 이곳에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428호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복장 일괄 유물 29종 등 167점이 보관돼 있었다.

도륜스님은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1000년 동안 스님들이 수행해온 절인데 잿더미로 변해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저희들이 수행 도량을 지켜내지 못하고 화마에 당하게 돼 부처님께 참회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경북 의성·하동과 울산 울주 특별재난지역 선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경북 의성군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를 방문해 봉사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가 기각되자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의성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피해자 지원에 소홀함이 없도록 당부했다.

한 권한대행은 의성군 의성체육관에 마련된 주민대피소를 방문해 "유가족과 피해자 지원, 이재민의 일상 회복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피라"고 지자체와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어 주거비 직접 지원을 비롯해 세제와 금융 지원 등 제도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주민들에게 상세히 안내하도록 하고 임시 주거와 급식, 생필품 등의 지원에 부족함과 불편함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산불 피해를 크게 입은 경북 의성군, 경남 하동군, 울산 울주군 등 3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앞서 정부는 22일 경남 산청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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