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명한 사진이 미국 국방부 누리집서 사라졌다

홍석재 기자 2025. 3. 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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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디이아이) 정책 폐기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일본계 2세들의 지난 역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미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2차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로 전투부대를 꾸려 유럽 전선에 투입했던 미군 제 442연대 전투단과 관련한 기사가 미국 국방부 육군 누리집에서 한때 삭제됐다가 지금은 복구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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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기 속
대일 전쟁 승리 상징 ‘이오지마 깃발’ 삭제
2차 대전 참여 일본계 미군 기사도 지웠다 복구
2차 대전에서 미국의 대일 전쟁 승리를 상징하는 사진 ‘이오지마의 깃발’. 헬로아카이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디이아이) 정책 폐기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일본계 2세들의 지난 역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미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2차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로 전투부대를 꾸려 유럽 전선에 투입했던 미군 제 442연대 전투단과 관련한 기사가 미국 국방부 육군 누리집에서 한때 삭제됐다가 지금은 복구됐다”고 전했다.

일본계 미국인 2세들만으로 전투부대를 꾸린 미군 442연대는 2차 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2월1일 창설됐다. 부대는 일본계 미국인 2세대 가운데 하와이에 거주하던 이들 3분의 2, 나머지는 미국 본토에서 살던 일본인들로 구성됐다. ‘니세이’(2세) 부대로 불리던 이 부대는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Go For Broke)를 기치를 걸고 주로 유럽 전선에서 독일군과 싸웠다. 1944년 4월 실전에 투입된 이후 1만8000여명 병사가 1만개에 이르는 훈장을 받을 만큼 미국 내에서 전쟁 공로를 인정 받았다.

제2차 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로 미군 전투부대를 꾸려 유럽 전선에 투입했던 제 442연대 전투단 모습. 재패니즈-아메리칸 국립 박물관 누리집.

하지만 지난달 26일 이 부대와 관련된 역사를 기록한 기사가 미 육군 누리집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가 20여일 만인 이달 15일에 복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온 디이아이 정책 폐지로 인해 2차 대전 중 유럽 전선에서 분투했던 일본계 미군 부대의 공적을 기리는 기사가 일시 삭제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디이아이 프로그램을 “급진적이고, 소모적”이라고 비판하며 연방정부 해당 정책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미 국방부를 포함한 주요 부처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군 442연대와 관련된 기록도 트럼프 정부의 ‘다양성 지우기’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자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를 비롯해 일본계 미국인인 마크 다카노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일본계 미국인 시민연대(JACL) 등이 강력한 항의를 했다.

디이아이 정책은 조 바이든 전임 정부가 미국에서 차별받고 소외된 인종, 성, 계층 등에 기회를 열겠다는 취지로 적극 추진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과 남성에 대한 역차별로 보고, 취임하자마자 정부 기관 등에서 이를 막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일본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디이아이 정책 역주행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2차 대전에서 미국의 대일 전쟁 승리를 상징하는 사진 ‘이오지마의 깃발'이 국방부 누리집에서 사라졌다. 이 사진은 태평양전쟁 막바지였던 1945년 2월23일, 미군이 요충지였던 태평양의 섬 이오지마 스리바치산을 점령한 뒤, 폭 240㎝ 성조기를 꽂아 승리를 알리는 모습을 종군기자 조 로즌솔이 찍은 것이다.

미국 해병대원 가운데 인디언 원주민 아이라 헤이스가 영웅 취급을 받는 것을 꺼려 사진을 삭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태평양 전쟁의 격전지 이오지마에서 성조기 게재 순간을 찍은 사진이 미 국방부 누리집에서 사라졌다”며 “디이아이 중요성을 떠오르게 하는 사진이 계속 삭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문은 “미 국방부는 이제까지 이 사진에 찍힌 인디언 원주민 해병대원에 대해 ‘군 뿐 아니라 미국 내 모든 직업에서 원주민의 공헌과 희생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칭찬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트럼프 정부는 다이아이 금지 정책과 관련해 국방부에서만 최소 2만6천건 이상, 많게는 10만건 넘는 사진을 삭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는 해병대 보병 훈련을 통과한 첫 여성과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미군 전략폭격기 비(B)-29 ‘에놀라 게이’ 사진도 대상이 되고 있다. ‘에놀라 게이'는 이름에 남성 동성애자를 연상시키는 ‘게이’와 같은 발음의 단어가 포함됐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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