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퇴진 YES’ 답변 80%→32%로 급락…미국 예측 플랫폼 ‘폴리마켓’눈길
예측 시장 뒤집힌 흐름… 윤 대통령 퇴진보다 ‘생존’ 가능성에 무게
예측 시장 데이터, 곧바로 현실 반영 않지만, 정치 흐름 가늠 비공식적 지표
세계 최대 해외 베팅 및 예측시장 플랫폼인 미국의 ‘폴리마켓(Polymarket)’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여부 전망에 외신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폴리마켓에 올라온 질문은 "윤 대통령이 2025년 3월 31일 전에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을 상실할 것인가"이다.
폴리마켓은 정치, 스포츠, 경제 등 각종 실제 사건의 결과에 대해 사람들이 예측하고 이에 베팅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일반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도적 당선 확률을 예측해 화제가 됐다.
해당 시장에서 3월 초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 가능성에 베팅이 집중됐지만, 이달 중순 들어 흐름이 급격히 바뀌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플랫폼 데이터를 살펴보면, 한때 84%까지 치솟았던 탄핵 인용 확률 등 ‘퇴진 예상(Yes)’ 비율은 3월 중순부터 갑자기 떨어져 3월 20일 현재 32%까지 급락했으며 더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비해 대통령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No’ 비율은 68%로 치솟아 시장의 전망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3월 20일 기준 폴리마켓의 윤 대통령 탄핵 관련 베팅 총액은 1900여만 달러( 280여억 원)로 기록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예상보다 늦추면서 배경과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재판관들의 평의 내용이 보안에 부쳐지고 있어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20일은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97일째, 변론을 마친 지 24일째가 되는 날이다. 그러나 헌재가 예상을 깨고 선고기일을 밝히지 않으며 전직 헌법재판관들이나 헌법학자들의 해석도 엇갈린다. 하나는 헌법재판관들이 사실관계 확정에 시간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장원 메모’나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의 탄핵심판 증인 진술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이 신빙성을 문제삼은 대목이 거론된다.
한 헌법학자는 "(정치인 체포 지시가 배척되면) 윤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지 여부에 대해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가 위법·위헌의 정도가 중대하고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고 판단해야 파면할 수 있다. 이런 해석은 ‘8대 0’ 인용이 아니라 ‘5대 3’, ‘4대 4’ 등 기각 전망 등 재판관 성향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추측도 자아낸다.
이와 반대로 ‘8대 0’은 이미 굳어졌다는 해석도 많다. 계엄군이 국회 로텐더홀까지 진입한 사실이 있고 윤 대통령 본인도 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내라 지시했다고 헌재에서 발언한 사실을 뒤집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헌재의 판단이 내란죄 혐의 형사 재판 결과와 다르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원이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결정문 속 법리를 더 치밀하게 다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헌환 전 헌법재판연구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결정문을 빈틈없이 작성하려는 의도가 하나 예상될 수 있다"며 "(혹은) 여러 사회 세력들 간의 대립 양상이 너무 첨예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에 양 주장들을 어떻게 결정문에 녹여 서로에게 다 수긍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낼까 고민하고 있지 않나"라고 했다.
또 다른 하나는 헌재가 다른 공직자들의 탄핵심판 사건을 함께 진행해 나가면서 물리적인 시간이 더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앞선 두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할 당시에는 다른 탄핵심판이 헌재에 접수돼 있지 않았다. 반면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헌재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을 동시에 마무리한 바 있다.
한편 폴리마켓 시장 참여자들이 ‘No’ 쪽, 탄핵 기각 또는 각하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리적 절차의 복잡성 등을 지적한다.
서울 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헌법 전공 교수는 "윤 대통령 탄핵은 계엄령 발동 논란, 수사권 남용, 권한 범위 초과 등 다층적인 쟁점이 얽혀 있어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며 "헌재가 3월 말까지 결정을 내릴 명확한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될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기류도 감지된다. 최근 여권 핵심 관계자는 비공식 석상에서 "절차적 흠결이 명확치 않고, 계엄령 관련 진술도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헌재가 보수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이 같은 기대심리는 온라인 투자 플랫폼인 폴리마켓에서도 일정 부분 반영되고 있다.
폴리마켓은 2020년 출범한 미국 기반의 예측시장 플랫폼으로, 사용자는 ‘Yes’ 또는 ‘No’로 사건의 결과를 예측하고 이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플랫폼은 이더리움 기반의 탈중앙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하며, 거래는 주로 암호화폐(USDC)를 통해 이뤄진다.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달리, 실제 돈이 걸린 예측이라는 점에서 참여자들의 판단이 보다 진지하고 신중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스마트머니’가 움직인다고 불리는 이 흐름은, 과거 미국 대선이나 국제 분쟁 관련 사건에서도 일정 부분 현실을 반영해 왔다.
여론 시장의 움직임만으로 법적 결과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헌재의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과 헌법 해석에 기초한 사법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통령직 유지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정치적 여론의 한 축을 보여주는 신호로 도 해석된다.
폴리마켓의 최근 흐름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4월 이후 대통령직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시장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법 절차에 따른 판단이 핵심이지만, 시장은 일반적인 관찰자보다 빠르게 신호를 읽어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측 시장의 데이터는 곧바로 현실을 반영하지 않지만, 때때로 법과 정치의 흐름을 가늠하는 비공식적 지표로 기능한다. 현재 폴리마켓에서 거래되는 ‘윤 대통령 조기 퇴진’ 예측은 3월 31일까지를 기준으로 거래되며, 해당 기한 내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No’로 정산된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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