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메디힐? 저력의 삼천리가 먼저 웃었다, 디오션컵은? 골프단 자존심 대결이 시작됐다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겨우내 골프계는 변화가 많았다. 굵직한 선수들이 다수 이적했다.
골프단을 운영하는 산업계의 변화가 반영됐다. 경기 침체 속 상황이 건설업계와 이에 연동된 제2금융권 등이 주춤했다.
이들을 대체한 것은 고객을 직접 만나는 B2C 업체들이었다. 대규모 이적이 이어졌다.
글로벌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힐이 가장 공격적으로 시장에 나온 대어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3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른 5명 중 박현경 이예원 배소현 등 무려 3명의 다승왕을 품었다. 통산 2승을 거둔 한진선까지 영입하며 슈퍼스타 군단으로 거듭났다.
새로 합류한 4명의 거물급 선수들을 비롯, 이다연 이채은2 등 정규투어 8명, 2부 투어에서 활약중인 홍예은과 안지현 등 총 10명의 국내 투어 선수와 김아림 안나린 등 해외파 2명까지 총 12명의 메머드급 골프단을 꾸렸다.
당연히 시즌 첫 KLPGA대회 부터 메디힐의 독주체제가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긴 호흡의 꾸준한 유망주 투자와 성장 속 지난해 큰 결실을 맺은 삼천리 골프단의 돌풍이 올초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에너지를 더 크게 축적해 태풍급으로 커졌다.
지난 16일 태국 푸켓에서 막을 내린 시즌 개막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삼천리 선수들은 겨우내 갈고 닦은 놀라운 기량으로 대회를 장악했다. 우승과 준우승자 포함, 톱10에 무려 5명의 삼천리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총상금 80만달러(약 12억원), 우승상금 14만4000달러(약 2억원)를 걸고 한중일과 태국의 골프 최강자들이 총출동한 아시아 최강전. 이 험난한 무대에서 우승 경쟁도 삼천리 집안싸움 양상으로 흘렀다. 박보겸이 고지우와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첫 우승, 개인 통산 3승째. 지난해 12월 삼천리 스포츠단에 새로 합류한 뒤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삼천리 골프단 선수지원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고지우는 최종일에 무려 7타를 줄이면서 15언더파 273타로 박보겸을 1타 차로 추격하며 선의의 경쟁을 했다. 삼천리 임직원들은 누구를 응원해야 할 지 모르는 난감하고도 행복한 고민에 빠져야 했다.
삼천리 파워는 우승경쟁 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3승으로 공동 다승왕이었던 마다솜과 지난해 첫승을 달성한 신인왕 출신 유현조가 11언더파 277타로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예성이 10언더파 278타로 10위에 올랐다. 톱5 중 80%인 4명, 톱10의 50%인 5명이 '명문구단' 삼천리 스포츠단 소속이었다.
한 구단에서 대회 톱10 절반을, 톱5의 80%를 장악한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의 삼천리 골프단은 이번 대회 우승경쟁자 박보겸 고지우와 톱10 마다솜 유현조 전예성을 포함, 모두 11명의 선수로 구성돼 있다. 지유진 부단장과 김해림 코치의 지도 하에 고지원(21) 서교림(19) 이세희(28) 최가빈(22) 이재윤(25) 정지현(21) 등도 약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총 42개 골프단 중 메디힐에 이어 두번째로 큰 규모.
삼천리는 골프후원을 통해 얻는 직접적인 이익이 크지 않다. 종합 에너지 그룹인 삼천리는 주력 업종이 고객을 직접 만나는 B2C가 아니다. 대외 적극적 홍보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
순수하게 골프에 대한 이만득 회장과 임직원들의 사랑이 전폭적 후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 경기 최종 라운드마다 임직원이 열띤 응원전을 펼친다.
선수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후원한다. 그 선수들이 폭풍 성장해 본격적으로 결과를 내고 있다. 마치 자연의 에너지 순환 같은 자연스러운 성장. 에너지 종합기업 삼천리로선 보람 있는 일이다.
삼천리 이만득 회장의 각별한 골프사랑은 업계에 소문이 자자하다. 이 회장은 특별한 그룹 일정이 없는 한 주말 마다 소속 프로들이 출전하는 대회장을 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직접 찾는다. 자연스럽게 골프장 진심 응원은 삼천리 임직원의 주말 문화로 자리매김 했다.
선수들은 임직원과 하나가 되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훈련과 대회에 집중하며 성과를 낸다. 잘되는 집안, 강한 조직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만큼 삼천리는 선수 선택과 발굴 기준은 가볍지 않다.
당장 시장에서 인기가 있거나, 우승을 밥 먹듯 하는 스타가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한국 골프발전을 이끌 유망주를 발굴하는데 힘써왔다. 원석을 발견하면 긴 호흡으로 오랜 기간 후원을 하며 빛나는 보석으로 탄생시킨다. 그래서 소속 선수들은 대기만성형이 많다. 홍란 김해림 고지우 마다솜 유현조 등이 삼천리를 거치며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대표적인 선수들.
삼천리는 학생 골퍼 등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장학금 등 후원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15년부터 KLPGA-삼천리 투게더 꿈나무대회를 매년 개최해 왔다. 골프 꿈나무 주니어를 발굴해 직접 육성하는 삼천리 아카데미도 2019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꿈나무 육성에 진심이다. 인재육성에 대한 이만득 회장의 경영 철학이 투영돼 있다. 이 회장은 "14개의 골프채를 상황에 맞춰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서로 다른 장점을 지닌 인재를 골고루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는 인재관을 골프에도 접목하고 있다. 어린 선수부터 베테랑까지 다채로운 색채를 뿜어대는 삼천리 골프단과 꼭 닮아있다.
삼천리 인재육성의 최대 수혜자이자 한국여자골프의 미래 유현조는 지난해 9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감격의 첫 우승 달성 후 "중학교 때 좋지 않은 실력에도 지금까지 후원해 주신 (삼천리) 이만득 회장님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진심 감사 드리고, 제 우승을 보시고 좋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대표 장수기업 삼천리. 이만득 회장은 "삼천리의 딸들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큰 선물을 한 것 같다"며 첫 대회 선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삼천리는 올시즌 첫 대회 선전을 에너지 삼아 앞으로 골프 꿈나무 발굴·육성을 통해 국내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각오. 다승왕 3명을 영입하며 메머드급 스타군단으로 거듭난 메디힐과의 올시즌 치열한 자존심 경쟁이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천리 박보겸 전예성은 21일 부터 사흘간 전남 여수의 명문 골프장 디오션 컨트리클럽(파72·6170야드)에서 열리는 신비동물원·디오션 컵 골프구단 대항전 위드 어뉴 골프 대회에 출전한다. 메디힐 박현경 이예원, 롯데 황유민 이소영 등과 치열한 경쟁이 기대를 모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사진제공=KL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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