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에 불 지른 뒤 황급히 퇴각한 오세훈 시장

이태경 2025. 3. 19.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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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성급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주택시장 요동...결국 확대 재지정, 혼란

[이태경 기자]

▲ 발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달 해제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강남 3구와 용산구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잠실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고 주변으로 번지는 조짐까지 나타나서다. 오세훈 시장이 무슨 목적으로 잠실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건 오 시장의 섣부른 결정으로 가뜩이나 불안정하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는 사실이다. 정부 정책의 신뢰도 훼손은 덤이다.
결국 토지거래허가구역 도리어 늘린 오세훈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18년 이래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한국부동산원이 13일 발표한 '3월 둘째주(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파구는 잠실동 위주로 가격이 급등하며 전주 대비 0.72% 상승했다. 이는 2018년 2월 첫째주(0.76% 상승) 이후 7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69%, 0.62%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송파구 아파트 단지. 2025.3.13
ⓒ 연합뉴스
서울 잠실·청담·대치·삼성(아파트 291곳)에 지정됐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난달 해제된 이후 강남 3구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요동치자 서울시가 19일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나섰다.

주택가격의 오름세가 주변으로도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자 화들짝 놀란 서울시는 기존 해제 지역을 원상 회복한 데 머물지 않고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 단지 2200여 곳, 40만 가구(총 110.65㎢)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이로써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이들 아파트 외에 강남·서초구 자연녹지지역(26.69㎢),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4.58㎢), 모아타운 및 인근지역 도로(11.89㎢)를 포함한 총 163.96㎢로 확대됐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무려 27%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셈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거지역 6㎡, 상업지역 15㎡를 초과하는 거래는 반드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거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주거용 토지를 매입한 경우,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있으며 매매·임대가 금지된다. 허가 목적을 위반하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며,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수사를 의뢰하거나 허가가 취소된다.

한편 정부는 현재 강남3구와 용산구에 지정된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과거 시장 상황과 비교할 때 최근 집값의 상승 속도나 상승 폭, 확산 속도가 이례적이며 단기간에 서울 전역에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특히 서울 상급지로 투기 수요 유입이 확인되는 상황"이라고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박 장관은 "시장 과열 양상이 지속될 경우 인근 지역 추가 지정도 적극 검토한다"라고 밝혔다. 강남발 집값 상승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마포·성동·강동구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남3구·용산구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이다.

주택가격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택 관련 가계대출 관리도 촘촘해진다. 정부는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 증가세가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을 과열시키는 것으로 나타나면 대출금리 추가 인상도 즉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7월 예정이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 하향을 2개월 앞당겨 5월부터 실시한다. 서울 주요지역 주택담보대출 취급에 대해서는 점검을 강화하고, 다주택자와 갭투자 관련 가계대출은 금융권 자율규제로 더 엄격하게 관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브리핑에서 "지난달 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라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습적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투기 심리에 불 질러
▲ 발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오 시장은 지난달 12일 "부동산 시장이 충분히 안정화됐다"라며 서울 강남·송파구 '잠삼대청'(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 일대 아파트 291곳(재건축 대상은 제외)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바 있다.

결과는 재앙적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 주택(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포함) 매매 가격 지수는 전월보다 0.1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1월(0.20%)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한 곳은 단연 '강남 3구'였다. 송파구(0.94%), 서초구(0.74%), 강남구(0.68%)의 집값이 뛰었다. 지난달 12일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된 송파구와 강남구는 각각 6개월, 4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초구는 5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용산구(0.24%), 강동구(0.16%), 광진구(0.15%), 마포구(0.14%)도 상승했다.

이 지역들의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노원구(-0.07%)와 도봉구(-0.04%), 강북구(-0.03%), 구로구(-0.03%), 은평구(-0.02%) 등이 하락했는데도 서울 집값은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게 됐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동기 2714건 대비 91% 증가한 517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토지거래허가제 지역인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이 포함된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강남 3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105건으로 전년 동기 466건보다 137%나 증가했다.

특기할 만한 건 이들 지역에서 갭투자(전세 낀 주택매입) 의심 주택구매 건수가 이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7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투기 수요가 대거 유입되었음을 방증하는 자료를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이 어떤 목적으로 잠실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격 해제했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오 시장의 조치가 투기심리를 자극했고 여전히 불안하던 서울 부동산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서울 집값 여전히 너무 비싼데 거기에 기름 부은 오 시장
 19일 서울 강남구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에 재건축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이날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아파트 2200개 단지, 40만 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한다고 밝혔다. 2025.3.19
ⓒ 연합뉴스
오 시장이 잠실 등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기 이전에도 서울 집값은 너무나 비쌌다.

지난 1월 3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K-HAI)는 61.1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분기마다 산출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중위소득 가구가 중위가격 주택을 표준대출로 구입한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의 정도를 보여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25.7%에 더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7.9%의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 상환 조건을 표준 대출로 가정했다. 이 지수가 61.1이라는 것은 가구당 적정 부담액(소득이 25.7%)의 61.1%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국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2022년 3분기 89.3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지난해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하락했다.

문제는 서울이다. 지난해 3분기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50.9로 집계됐다. 전 분기(147.9)보다 3포인트(2.0%) 상승한 것으로, 무려 소득의 38.8%를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쓴 셈이다. 지난해 3분기 중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가계대출도 폭증해 은행들이 부랴부랴 가산금리 인상에 나섰던 때다.

서울을 제외하면 100을 넘는 지역은 없었다. 세종이 93.6으로 개중 가장 높았고, 경기(80.9), 제주(72.3), 인천(65.4), 부산(62.0) 등이 전국 지수를 웃돌았다.

눈여겨 볼 것은 서울이 지난해 3분기에 벌써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전 분기 대비 상승세로 전환했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푼다'는 오 시장의 결정은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집값 더 폭등하면 대한민국은 붕괴해
 19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관련 내용이 붙어 있다. 이날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 아파트 2200개 단지, 40만 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한다고 밝혔다. 2025.3.19
ⓒ 연합뉴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7%로 세계 38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2위를 기록했다. 100.6% 비율을 나타낸 캐나다 다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편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1일 발표한 최신 통계에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7%로 세계 4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 중 5위를 기록했다. 이는 신흥시장 평균(49.1%)이나 주요 20개국(G20) 평균(61.2%), 조사 국가 평균(61.9%)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대한민국의 가계부채비율이 전 세계 최상위권인 이유는 자명하다. 소득 대비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과 이 집값을 유지하기 위한 대출 정책 때문이다. 집값을 낮추지 않으면 가계대출은 줄어들기 어렵다.

자명한 것은 지금도 너무나 높은 서울 집값이 다시 폭등한다면 대한민국은 빚더미에 짓눌려 질식사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망한다면 그건 부동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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