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놀이터냐” “文 실패 되풀이”…오세훈 ‘토허제 번복’ 일파만파

박성의 기자 2025. 3. 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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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에…오세훈, ‘토허제’ 해제 번복 “심려 끼쳐 송구”
野 맹폭…“대권 욕심에 왜 국민이 고통 받나” 사퇴 촉구
與 잠룡들도 견제구…유승민 “도대체 무슨 생각” 홍준표 “갈대 리더십”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실패를 보수정권이 되풀이해서야 되겠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겠는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갈대처럼 흔들리는 리더십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

여권 내 강력한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조기대선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3구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한달 만에 재지정한 것과 관련해 야권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거센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오 시장이 공개 사과했으나, 정책 궤도 수정에도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을 시 파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집값 뛰자 고개 숙인 오세훈

오 시장은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관련 브리핑'에서 강남3구와 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 40만가구에 대해 오는 24일부터 오는 9월30일까지 약 6개월간 토허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토허구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가능하다. 서울시가 5년여 묶어놨던 강남3구의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 일대 토허구역을 지난달 13일에 해제한 이후 약 1개월여 만에 다시 재지정하는 셈이다.

오 시장은 "지난 2월12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오 시장은 토허제 해제는 자신의 철학에 따른 조치였다고 항변했다. 그는 "저는 여전히 주택 시장이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토지거래허가제는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형성을 유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자유거래를 침해하는 반시장적 규제임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허제는 시장 기능을 왜곡할 수 있는 '극약 처방'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제한된 범위에서만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또 토허구역을 해제할 당시는 가격 급등기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 철폐 시민 대토론회에서 토허구역 해제에 대한 요구가 다시 제기됐다. 당시 주택 가격은 안정세였고 거래량도 급감하며 시장 위축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며 "이에 정상적인 거래를 활성화하고 매수·매도자 간 자유로운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토허구역을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시장 사퇴" 반발…與일각서도 "이럴 줄 몰랐나"

오 시장이 부동산 정책을 급변침하자 민주당은 반발했다. 오 시장이 예고된 부작용에도 대권을 의식해 토허구역을 해제했다가 되돌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오 시장이 정책 실패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해 서울 집값을 폭등시켰다"면서 "오 시장의 대권 욕심에 왜 국민이 고통받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황 대변인은 이어 "오 시장이 대권을 의식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서 서울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제동을 걸고 나섰다"며 "대권 놀음만 계속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서울시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직은 시민에 대한 책임 자리이지, 대선 출마를 위한 발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통'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오 시장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지난달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그리고 오늘 정부와 서울시의 재지정, 비상계엄으로 엄중한 시기에 한 달 동안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데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던 것"이라며 "서울시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것인지, 이런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썼다.

이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이 한 달 만에 뒤집을 가벼운 정책이냐"며 "이 상황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악화의 악순환이 다시 시작될 것이며,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토허제 해제가) 조금 성급했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결과적으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오 시장을 겨냥한 듯 "갈대처럼 흔들리는 리더십으로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썼다.

여당 지도부는 토허구역 재지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앞선 해제 결정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토허구역을 해제할 때 더 깊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오늘 서울시가 다시 토허구역으로 재지정한 것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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