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질환 환자, 감기약도 조심! 복용 전에 꼭 확인하세요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5. 3. 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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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손상의 원인, 혈압·혈당에도 영향…의료진 상담 필수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의료진은 유독 콩팥병(신장질환) 환자에게 "감기약이나 진통제도 물어보고 복용하라"고 권고한다. 약국과 편의점에서 의사 처방 없이 구할 수 있는 감기약과 소염진통제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없어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급성 신장 손상(AKI)'을 유발할 수 있어 신장질환 환자는 복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효상 서울아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비스테로이드 진통제는 신장에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프로스타글라딘(생리활성 물질)의 생성을 억제한다. 이에 따라 신장으로의 혈류량이 감소하는데, 이는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신장 기능이 급격히 악화하는 급성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정 약물 복용은 의료진과 상의해 신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reepik

혈당과 혈압 조절 방해하는 진통제

이들 약물은 혈당과 혈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 환자와 고령자는 진통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도 진통제를 몇 주 이상 복용하면 신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도 의사의 처방이나 지도 없이 임의로 진통제를 장기간 먹으면 급성 신장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신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환자와 고령자는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구매한 약을 먹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진통제는 신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흔히 콩팥이라고 부르는 신장은 어른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장기지만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필터 기능 외에도 혈압을 조절하고 혈액 내 전해질 비율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작은 장기를 통과하는 혈액이 하루에 약 200리터나 된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장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으며 더 악화된다. 신장 기능이 점차 떨어지며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 신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결국 혈액 여과 기능이 저하되면서 체내 노폐물과 수분 배출이 어려워진다. 이를 방치하면 신장 기능이 완전히 상실돼 말기 신부전에 이르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투석이나 신장 이식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이 없다. 인구의 약 10%가 만성 신부전을 앓고 있고, 그중 약 1%는 말기 신부전 상태다.

만성 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과 당뇨병이다. 혈압이나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신장의 미세혈관이 손상되고, 그로 인해 신장 기능이 떨어진다. 반대로, 신장질환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혈압과 혈당이 상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혈압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염분(나트륨)과 수분의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다. 만성 신부전 환자는 하루 염분 섭취를 2000mg 이하로 제한하고, 물 섭취도 의사와 상의해 과다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진통제를 복용하면 신장 혈류량이 감소해 염분과 수분 배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체내 염분과 수분이 늘어나면 혈압이 오른다. 진통제를 먹으면 염증이 줄어들면서 일시적으로 혈당 수치가 개선된다. 그러나 진통제는 혈당을 조절하는 약이 아니므로 장기간 복용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등으로 혈당이 상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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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 먹는다면 특히 진통제 복용 주의

신장질환은 매우 흔한 병이지만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 혈당이나 혈압처럼 간단하게 수치를 측정할 수 없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 상태를 살펴야 한다. 특히 소변검사를 통해 단백뇨와 혈뇨 수치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들 수치는 만성 신부전 초기 단계의 중요한 진단 지표다. 단백뇨는 신장이 단백질을 걸러내지 못해 오줌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때 진통제를 복용하면 단백뇨가 악화돼 만성 신부전 진행이 빨라질 수 있다. 고혈압, 소변량 변화, 야뇨증 등이 발생하고, 신장 기능이 정상 이하로 떨어지면 피로, 식욕 부진,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이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일 진통제를 복용했다면 의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먼저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한다. 만성 신부전 진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지표는 혈액검사로 측정하는 사구체 여과율(GFR)이다. 이는 신장이 혈액을 여과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정상 수치(분당 90mL 이상)보다 낮은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만성 신부전으로 진단된다. 또 다른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지표는 크레아티닌 수치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생성되는 노폐물로 대부분 신장을 통해 배출된다. 이를 배출하는 기능이 떨어질수록 혈액 내 크레아티닌 농도는 증가한다. 신장의 구조적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초음파검사나 CT(컴퓨터단층촬영)검사가 필요하다. 이런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만성 신부전 진행 상태를 평가하고 치료 방향을 잡는다.

단백질 보충제 등 건강기능식품도 피해야

한번 손상된 신장은 재생되지 않으므로 만성 신부전은 완치가 어렵다. 다만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춰 합병증을 예방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치료 목표다. 혈당과 혈압을 잘 조절하면 신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만성 신부전 치료의 핵심은 혈당과 혈압 관리라고 할 수 있다. 혈당을 정상 범위로 유지하려면 철저한 식이요법, 운동,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혈압은 약물로 관리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치료에 사용하는 약물(ACE 억제제 등)은 혈압 관리뿐만 아니라 신장 기능 보호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당과 혈압을 관리하는 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진통제 사용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또 만성 신부전 환자는 이런저런 질환으로 여러 약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진통제는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신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효상 교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도 진통제로 신장이 손상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ACE 억제제 등)나 당뇨병 치료제(이뇨제 등)를 복용하는 환자는 급성 신장 손상의 발생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만성 신부전을 방치하거나 진통제 복용 등의 이유로 신장 기능이 극도로 떨어지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한다. 신체에서 대사 노폐물을 배출하지 못하고 수분 조절이 어려워지는 요독증이 발생한다. 수면 장애, 식욕 부진, 야뇨증, 극심한 피로감이 이어지며 결국 호흡곤란과 신경계 이상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손상된 신장을 대신할 신대체 요법이 필요하다. 투석과 신장 이식이 대표적인 신대체 요법이다. 투석은 혈액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치료로 혈액 투석과 복막 투석이 있다. 혈액 투석은 인공 신장기를 이용해 혈액을 정화하는 치료로, 효과는 높지만 주 3회 병원을 방문해야 해 생활에 제약이 따른다. 복막투석은 환자의 복막을 여과막으로 이용해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투석액을 복강 내에 주입하고 일정 시간 후 배출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복막염 등 감염 위험이 있다.

신장 이식은 건강한 신장을 이식받아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치료다. 손상된 신장을 제거하지 않고 기증받은 신장을 복부에 이식한다. 신장 이식은 투석에 비해 생존율과 삶의 질을 높이며, 식이와 수분 섭취에 대한 제한이 적다. 그렇지만 면역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또 기증자 부족으로 인해 이식 대기 기간이 길다. 

말기 신부전 치료를 받는 사람도 진통제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또 신장에 좋다고 알려진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하기 쉬우나, 이는 오히려 신장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김효상 교수는 "신장을 이식받은 환자는 정상 신장 1개로 생활하므로 (진통제 복용에 대해) 일반인보다 더 주의해야 한다.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투석 환자는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신장 기능이 더 악화될 수 있다. 

고칼륨혈증과 위장관 출혈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단백질 보충제나 칼륨이 많이 포함된 약물은 신장에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특히 고령자나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건강보조식품은 신장 기능 저하와 전해질 불균형 등을 유발할 위험이 크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후에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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