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구의 신’ 박서진 “《현역가왕2》 우승 순간, ‘큰일 났다’ 생각”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2025. 3.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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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가왕2》 우승한 ‘장구의 신’ 박서진
“우승 직후 부모님이 삼천포에 떡 돌려”

(시사저널=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트로트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어쨌든 스타는 존재한다. MBN 《현역가왕2》의 박서진이 그 주인공이다. 박서진은 3월25일 방송된 MBN 개국 30주년 기념 《현역가왕2》 최종회에서 《흥타령》으로 시원한 보컬과 화려한 장구 연주를 선사하며 우승했다. 이로써 전유진에 이어 제2대 '현역가왕'이 됐다. 박서진은 우승을 거머쥐며 상금 1억원과 국내외 투어 콘서트, 우승곡 발표라는 특전을 획득했다.

박서진은 수상 직후 "우승할 줄 몰랐다. 준비도 못 했다"며 "이런 말은 정말 안 하려고 했는데, 하늘에 있는 형들이 본다면 얼마나 기뻐할까"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최종 무대를 앞두고 어린 시절 자주 찾았던 사천 청룡사를 방문해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 작은형의 49재를 지낸 곳이라 올 때마다 형이 반겨주는 느낌"이라며 형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MBN 제공

"태어나서 첫 1등…공정성 논란에 생각 많아져"

박서진의 트레이드마크는 장구 퍼포먼스다. 그의 결승전 비장의 카드 역시 장구였다. 이미리의 《흥타령》을 선곡해 장구 퍼포먼스를 더한 신명 나는 무대로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과거 한 선배 가수로부터 "장구를 왜 치냐. 가수 품격 떨어뜨리지 말고 그만둬라"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고백했다. 박서진은 "과거 선배 가수로부터 가수의 품위가 떨어진다며 장구를 치는 것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다"면서도 "제가 제일 잘하는 걸로 마지막 무대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우승의 영예를 안은 박서진은 "팬분들이 아니었다면 절대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3월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타워에서 MBN 서바이벌 예능 《현역가왕2》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박서진은 우승 소감을 다시 전했다. "제가 태어나서 처음 1등을 한 거다. 그래서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 고민된다. 우승 발표 후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했는데 '네가 정말 성공한 모습을 보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너무 좋아하시더라. 다음 날 삼천포에 떡을 돌리셨다고 한다."

우승자로 호명됐을 당시 심정은 어땠을까. 박서진은 "공정성 논란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1등을 한 뒤 기쁘기보다는 '큰일 났다' 싶었다. 앞으로 그 무게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우승 상금 1억원의 용도를 묻는 질문에 "아까 말씀드렸듯이 공정성 논란이 있었지만 많은 분의 선택으로 가왕이 됐다.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수 있는 방법은 기부라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멤버들에게 한우를 사주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서진은 《현역가왕2》에 '미스터리 현역'으로 중간 투입됐다. 이로 인해 공정성 논란에 시달렸다. 이에 기자간담회에서 박서진은 프로그램에 중간 투입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박서진은 "《미스터트롯2》에 출연한 이후 상처를 받아 '앞으로 오디션은 쳐다보지 말아야지' 했다. 그런데 《현역가왕2》 모집공고를 보고 일본에 가서 노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그때 제작진이 연락을 줬고, 고민 끝에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최종 무대를 앞두고 우승보다는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가자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그는 "중간 투입이라는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많이 생각하고 많이 계산하고 무대에 올랐다.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 우승 후 많은 분에게 전화를 받았는데 그런 제 모습을 알아주는 것 같아 좋았다"고 덧붙였다.

《현역가왕2》 톱7은 향후 2025 한일가왕전에 참여해 일본 가수들과 대결을 펼친다. 박서진은 다른 톱7 멤버와 함께 한일가왕전에 임하는 각오도 전했다. 박서진은 "어떤 분들이 한일가왕전에 나올지 모르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무기가 있어 특색화할 예정"이라며 멤버들 하나하나의 장점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 엔카 가수는 특이한 점이 꺾기를 여러 번 한다. 강문경 형님이 꺾기를 잘하고 간드러지게 부른다. 수호는 어리지만 한이 서린 목소리를 가졌다. 승태 형님은 노래를 계산적으로 깔끔하게 부른다. 에녹 형님은 트로트는 새내기지만 무대에서는 연륜이 있어 늘 배우고 싶었다. 해성 형님은 농익은 정통 트로트의 맛을 보여주신다"며 "이처럼 우리 멤버들도 만만치 않다. 일본과 붙어서 완전히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현역가왕》을 한 것도 일본에 한국 정서를 알리고 싶어서였다 한일가왕전에서 부끄럽지 않은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1995년생으로 29세인 박서진은 2008년과 2011년에 SBS 예능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트로트 신동으로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011년에는 KBS1 시사·교양 《인간극장》 '바다로 간 트로트 소년'에 출연했다. 당시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16세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도와 뱃일을 하는 모습이 소개돼 화제가 됐다.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2013년이지만 그 이전부터 지역에서 길거리 공연을 시작해 2017년까지 비슷한 행보를 이어갔다.

MBN 《현역가왕2》 스틸컷 ⓒMBN 제공

'장구의 신'이 된 '소년 어부' 

기회는 2017년에 찾아왔다. KBS1 시사·교양 《아침마당》의 '도전 꿈의 무대' 코너에서 5연승을 기록했으며 왕중왕전까지 휩쓸었다. 2018년 발표한 《밀어 밀어》가 히트를 하면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다. 트로트 가수임에도 2018년 7월 KBS2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도 출연했을 정도다. 2018년 8월 첫 단독 콘서트를 가졌는데 티켓 오픈 10여 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이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또한 장구를 활용한 퍼포먼스로 '장구의 신'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TV조선 《미스터트롯2》에 출연했지만 본선 2차전 '1:1 데스매치'에서 안성훈과 맞붙어 탈락했다. 이미 탄탄한 팬덤의 지지를 받고 있던 박서진의 탈락은 큰 여파를 남겼다. 박서진이 안성훈과 '1:1 데스매치'를 벌인 7회 방송 시청률은 21.8%였지만, 박서진이 탈락하자 8회 방송 시청률은 18.8%로 무려 3%포인트나 급락했다.

박서진은 《현역가왕2》 출연을 앞두고 두 가지 악재에 휘말린 바 있다. 예선을 거치지 않고 《현역가왕2》에 출연한 것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이는 화제성을 키우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 때문으로 이에 대한 적절한 페널티가 주어지면서 논란은 잦아들었다.

둘째는 군 입대 문제다. 박서진은 두 형이 연이어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마저 암 투병을 해야 했던 상황에서 어머니의 병원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아버지를 따라 뱃일에 나서야 했다. 그가 '소년 어부'라 불리게 된 이유로 당시 모습은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됐다. 박서진은 이런 가정사로 인해 우울증과 불면증 등 정신 질환을 겪으며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가수로 활동하는 동안 박서진이 자신의 병역면제 사실을 감추고 곧 군에 입대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발언을 했던 게 문제가 됐다.

한편 박서진은 우승 직후 방송된 《현역가왕2》 갈라쇼에서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현역가왕2》가 끝난 뒤 오프라인에서 행사를 하는 건 처음이라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기대가 된다"며 떨리는 소감을 말했다. 이어 "포털사이트에 '박서진'을 검색하니까 《현역가왕2》 우승이라고 적혀 있더라. 너무 뿌듯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공식 일정 후 팬들과 만난 박서진은 "우승할 수 있도록 밤낮없이 돌아다녀 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여러분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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