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말은 들을 줄 알았는데... 실패했다

차원 2025. 3. 1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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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만난세계_2025] 대한민국 좀먹는 확증편향에 일조하는, 언론 '따옴표 저널리즘' 유감

12.3 내란 사태 이후, 시민들은 무너진 세계를 구하기 위해 여의도, 광화문, 남태령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두웠던 광장을 빛으로 채운 건 형형색색의 응원봉뿐이 아니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야 한다'는 외침은 광장을 넘어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차원 기자]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총 8개 언론현업단체들이 1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윤석열 내란 동조 보도와 논설 실태' 등을 발제하며 "내란범죄 지지 및 옹호 보도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따옴표'가 달린 기사들이 온다. 자신은 그 따옴표 속 내용에 동의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따옴표 속 주인공들은 주로 윤석열, 전한길 등 현재 한국 보수를 이끄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말이 따옴표 속에서 이곳저곳으로 흐른다. 정치에 관심 있는 20대 남자인 나에게는 더 많이 흘러 들어온다. 직접 물어오는 친구들도 있고, SNS 알고리즘에서도 흔히 만난다.

그들은 이렇게 높은 지위에 있고, 이렇게 유명한 사람들이 말하는데, 게다가 이렇게 신문에까지 나왔는데 사실이지 않겠느냐고 한다. 난 그들의 발언을 검증해봐야 한다고 했고, 부정선거 음모론이 사실이 아니라는 근거들을 찾아 보내줬다. 하지만 '팩트체크'는 별 효과가 없었다. 보수언론인 조중동도 부정선거 음모론에는 선을 긋는다는 것도 알려줬다. 조선일보 말은 들을 줄 알았는데, 실패했다.

그렇게 온오프라인을 막론, 계엄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 많은 친구와 대화했다. 단 한 명도 설득하지 못했다. 무엇도 그들의 확고한 '믿음'을 흔들 수는 없었다. 믿고 싶은 것은 기어코 믿고야 마는 세상. 보수 진영만 탓할 일은 아니다. 천안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는 사람들, 세월호가 고의로 침몰 됐다는 사람들, 진실이 드러난 이후에도 음모론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따옴표에 담아 받아쓴 언론들도 모두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

그 따옴표가 슬펐다. 물론 따옴표 자체는 죄가 없다. 나도 기사의 핵심 내용을 담은 멘트를 따옴표에 넣어 제목으로 많이 썼다. 문제는 사실 확인 없이, 비판 없이 잘못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따옴표다. 특히 위와 같은 맹목적인 반응을 자주 접하게 된 것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등판한 후다. 친구들은 유튜브에서, 뉴스 기사에서 전씨의 발언을 접한 후 그것을 나에게 보냈다.

따옴표 안으로 숨어 들어간 허위 조작 정보

'저명성'을 가진 인물의 발언은 뉴스 가치가 있다. 윤석열의, 전한길의 발언을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 인물이 근거 없는 음모론, 허위정보를 이야기했을 때다. 그때는 검증하고, 비판해야 한다.

지난 2월 19일 <오마이뉴스> 보도가 좋은 예다(관련 기사: '민주당 윤석열 암살설' 공유까지... 선 넘은 전한길 https://omn.kr/2c9uj). 그러나 대다수 언론이 그들의 발언을 검증이나 비판 없이 소개하고 있다(관련 기사: '전한길 받아쓰기'가 초래한 결과... 처참한 기사 제목들 https://omn.kr/2c3lr). 결국 그 따옴표는 '이렇게 신문에까지 나왔는데'가 돼 가짜뉴스 확산의 한 축을 담당한다. 그 무엇보다 정확해야 할 언론이 검증 없이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키는 역할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관련 기사: 내란 피의자들 스피커 노릇하는 언론..."심각하다" https://omn.kr/2c2ng).

이미 오래전부터 저명인사가 허위 정보를 이야기하고, 그걸 언론이 비판이나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 쓰고, 그게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돼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는 '삼각편대'는 작동해 왔다.

그 가짜뉴스, 음모론 삼각지대에 빠진 대통령은 결국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중략)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는 계엄 포고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제라도 우리가 '다 죽을' 뻔했던 이 상황을 반성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관련 기사: 언론은 윤석열과 내란세력의 '확성기' 노릇을 멈춰라 https://omn.kr/2c3g6).

사실 확인 없는 따옴표 저널리즘 퇴출을 바란다

2025년은 그렇게 사실 확인 없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없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위와 같은 포고령이 다시는 우리를 찾아올 일이 없게 하려면 그래야만 한다. 윤석열이 언론을 대상으로 했던 일을, 돌아온 트럼프가 지금 언론을 대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물론 따옴표 저널리즘이 이 사태를, 어지러운 대한민국을 만든 '근원'은 아니다. 또 SNS와 커뮤니티가 건재하는 한, 따옴표 저널리즘이 사라진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꽃보다전한길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100만이 넘는데 이걸 도저히 어떻게 하겠나. 그러나 이것은 미디어 생태계의 문제고, 우리 언론만큼은 '진실을 알릴 의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언론이 가짜뉴스 확산의 한 축이 돼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사실 확인 없는 따옴표 저널리즘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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