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같은 돈 10억" 두 달 전 홈플러스 피해자 격동케 한 이 문자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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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 현장에서 한 피해자가 기자에게 보여준 문자. |
ⓒ 김예진 |
"회사 내 특이사항 없고, 선호 업종이라 3개월만 투자하셔도 좋겠습니다. 확인 후 말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 현장에서 만난 피해자 한미영(가명)씨가 보여준 문자다.
한씨는 "1월쯤 증권사에서 온 문자 내용"이라며 "증권사 직원이 'MBK가 망하나, 홈플러스가 망하나?'라고 말하며 회사 내 특이사항 없다는 문자까지 보낼 정도로 자신하셨다"고 전했다. 이 문자가 온 지 겨우 두 달이 지난 3월 4일,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홈플러스 물품구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안전하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다"면서 "뭘, 더 달라는 것 아니다. 부디 제발 돈 좀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간담회에는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주관), 김남근·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자산유동화증권 전자단기사채(전단채)는 기업 보유 자산을 유동화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전자 방식으로 발행·유통하는 채권을 말한다. 홈플러스는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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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 연합뉴스 |
40대 주부이자 남편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에서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일을 돕고 있다는 피해자 한미영(가명)씨는 "지난 1월 말 홈플러스 전단채에 10억 원가량을 회사 명의로 가입했다"며 "투자한 돈은 직원들 월급, 사무실 월세 등으로 나가는 목숨 같은 돈이다"며 울먹거렸다.
그는 "가입 당시 나는 증권사 직원으로부터 이 채권이 홈플러스가 물품을 구입하는 데 쓰는 3개월짜리 단기 채권이며, 신용 보강을 홈플러스가 한다고 들었다"며 "나는 이것이 그렇게 위험한지도,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내려가도 돈이 다 묶여버린다는 사실조차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남편하고 둘이 매일 울면서 길바닥에 나앉을 생각까지 하고 있다. 하루하루 너무 지옥 같고 너무 너무 힘들다"며 "회사 직원들 월급도 주고 예전처럼 살 수 있게 홈플러스와 MBK 회장님이 결정해달라. 제발 돈 좀 돌려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전세금을 투자했다는 최성림(가명)씨는 "전세 시세에 맞춰 (전세금을) 올려줘야 해서 돈을 열심히 모았다"면서 "증권사에서 돈을 그냥 두기 아까우니 이자를 받으라는 권유로 올해 1월 홈플러스 채권 3억 원을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홈플러스는 안전해서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는데, 지금 위약금 때문에 전세 계약을 파기할 수도 없고 그 큰 돈을 (전세자금 지급 시기인) 두 달 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다른 투자자 피해자들처럼 잠도 못 자고 홈플러스 기사만 찾아보고 침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씨는 "기사를 보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알고도 유동화 채권을 발행했고, 마지막 3개월 발행 금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나 넘는다고 한다"며 "이건 계획적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사기 행위이고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행위다"고 성토했다.
이에 김남근 의원은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하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만 30~40가지이며, 대형로펌에서도 많은 인원을 투입해 적어도 두 달은 걸리는 작업"이라며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권들이 전부 묶여서 변제를 못 받게 되고 장기간에 나눠서 갚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채권을 판매한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사기성 채권 판매가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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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발췌한 2025년 2월 25일 발행된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 물품구매 전단채의 참가증서 중 롯데카드분. |
ⓒ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
이의환 비대위 상황실장은 2월 25일 자 발행 채권을 "상거래 채권이 분명하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매출 전표에 따르면 5월 26일 투자자에게 돌려주기로 기재되어 있고, 우리 돈 176억이 홈플러스 대신 납품 업체들에 구체적으로 얼마를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며 "결국 홈플러스가 물품 구입할 것을 롯데카드로 결제한 후 우리(유동화 전단채 투자자) 돈을 납품업체에 지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실장은 "홈플러스가 물품 구입 목적이 아닌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을 투자한다고 했을 경우 피해자들은 절대로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후 자금 9억 원을 투자했다는 피해자 황씨(70)는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돌려받더라도 길게는 10년, 나눠서 20%도 못 받는다는데, 제가 죽기 전에 그 돈마저 다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민병덕 의원은 "홈플러스가 물품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지급 시기를 늦추기 위해 금융 기법을 쓴 것으로 본질은 상거래 채권"이라며 "법원에서도 이 지점에 대한 고민을 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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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ABSTB) 피해자 긴급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
ⓒ 연합뉴스 |
그는 "김병주 (MBK) 회장은 약 14조 원의 자산가이며 MBK는 홈플러스에 투자한 블라인드 펀드의 성과보수로만 이미 1조 원이 넘는 돈을 수취했다. 이 1조 원을 문제 해결에 투입한다면 정상화 가능하다"며 "모든 전단채 피해자에 대해 피해금액 전액 변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신장식 의원은 "홈플러스 입점 소상공인이나 노동자분들은 조금씩 대책이 나오고 있는데, 유동화 전단채 투자자들은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신용카드사를 통해 유동화 전단채가 발행된 규모만 보더라도 4000억 원이 넘는데, MBK파트너스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 그 이상은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갑자기 홍콩 출국하시는 것 같은데, 내일(18일) 정무위 현안 질의에 출석해 피해 구제 대책을 정확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8일 열리는 긴급 현안질의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 5명을 소환했다.
김병주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회 측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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