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전기차 판매… ‘하이브리드’로 돌파구 찾을까

백소용 2024. 11.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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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계, 전략 수정 속도
보조금 폐지·충전 인프라 지연에 수요↓
중국업체들, 저가 공세로 공격적 확장
경쟁사는 수익성 악화… 생산량 감축
미국대선 후보들도 전환 의무화에 반대
현대차, 하이브리드차 14종으로 2배↑
다른 업체들도 순차적 생산 확대 계획
“앞으로 모든 포트폴리오를 순수 전기차로만 구성하고, 이러한 전환은 2030년까지 완료될 것이다.”(2021년 3월 헨리크 그린 볼보자동차 최고기술책임자)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을 끝낼 준비가 돼 있지만 시장과 인프라, 고객의 인식이 이를 따르지 못한다면 몇 년을 미룰 수도 있다.”(2024년 9월 짐 로언 볼보자동차 최고경영자)
지난달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BMW 전기차 i7 xDrive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100% 전기차 전환 계획을 내놨던 글로벌 완성차 업계들이 불과 몇 년 만에 잇따라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급성장하던 전기차 수요가 정체되기 시작한 데다 중국발 저가 전기차로 인해 수익성까지 악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들도 전기차 전환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어 대선 이후 전기차 정책 방향이 주요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기차 줄이고 하이브리드 늘리고

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로 전면 전환하기 위해 전기차 제품군을 확대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재검토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때 앞다퉈 전동화 청사진을 제시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전면 전동화를 선언했던 볼보는 이제 2030년까지 전 세계 판매량의 90∼100%를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나머지는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한다.

도요타는 2026년 세계 전기차 생산량을 기존 150만대에서 100만대 수준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포드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개발을 취소하고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 출시도 연기했다.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100만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한 제너럴모터스는 전기차 판매가 부진하자 투자와 개발 계획을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

세계 2위 자동차 기업인 폴크스바겐그룹은 전동화 전환을 위한 막대한 투자 비용이 손실로 이어지며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공장 폐쇄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신 현재 완성차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징검다리로 여겨지는 하이브리드차다.

현대자동차는 8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를 열고 현재 7개 차종에 적용되는 하이브리드차를 14종으로 늘리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넣기로 했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수년간 급성장해오던 전기차 시장이 정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신기술에 주목한 일부 초기 사용자에서 대중화로 확대되는 단계다. 여러 국가에서 전기차 전환 지원을 위해 경쟁적으로 지급했던 보조금을 폐지하며 가격적 매력이 떨어진 데다 충전 인프라 구축도 지연되며 시장 확대가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내수를 넘어 전 세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세계 각국에 인도된 전기차는 1000만대로 전년 대비 약 20.1% 상승했는데, 상승분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 기여했다.
그룹별 전기차 판매량을 보면 중국 BYD가 220만5000대로 27.9%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1위를 기록했다. 3위인 중국 지리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52.8% 성장한 49만8000대를 판매했다. 역시 중국 기업으로 5위 상하이자동차(SAIC)와 6위 장안자동차는 각각 20.0%, 47.5%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2위인 미국 테슬라가 전년 동기 대비 5.8% 줄어든 117만2000대를 판매하는 등 중국을 제외한 여러 기업이 역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역별 판매량을 봐도 62.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30% 이상을 기록했다.

◆미국 대선 이후 전기차 정책 주목

전기차 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전기차 정책은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 이후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을 전망이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전기차 정책 후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전기차 보급 정책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전기차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에 맞서 내연기관차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전기차 전환 의무화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앞서 2020년 대선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2035년까지 전기 또는 수소 자동차만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의무화 공약을 내세웠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두 후보가 전기차 관련 보조금과 환경규제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구매·제조 보조금 유지 등이 예상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관련 정부 지원이 축소 또는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자동차 관세 측면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주요국에 대해 현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외 생산 차량에 최대 100% 관세 등 일반관세 수준인 10%보다 현저하게 높은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보고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세계 전체의 전기동력차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전환 속도가 늦어지고 있어 하이브리드자동차 등 다양한 기술적 대응 병행이 필요하다”며 공급망 다변화와 국내 생산 기반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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