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MLB 도전 위기… 마이애미 아예 관심 끊었나, KBO 복귀 가능성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마이너리그 일정은 하위 레벨부터 차례로 마감된다. 싱글A 일정이 끝나고, 더블A 일정이 끝나고, 트리플A 일정이 끝나는 식이다. 올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 일정은 23일(한국시간)으로 끝났다. 이제 구단은 선수단을 재조정하고, 내년 준비에 들어간다.
마이애미가 고우석을 바라보는 시선도 여기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올해 샌디에이고와 2년 보장 450만 달러에 계약한 고우석은 기대했던 개막 엔트리 진입에 실패하며 시련이 시작됐다. 이후 더블A 무대에서 차분하게 몸을 만들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트레이드 소식에 또 혼란스러웠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5월 5일, 내셔널리그 타격왕인 루이스 아라에스를 영입하는 조건으로 4명의 선수를 마이애미로 보냈는데 고우석이 그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
막 미국 생활에 적응하려는 찰나에 대륙을 횡단해야 했다. 서부 끝에서 동부 끝으로 갔다.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긍정적인 대목이 있었다. 마이애미는 리빌딩 팀이다. 상대적으로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더 폭넓게 쓸 가능성이 있었다. 샌디에이고보다 불펜이 강하지도 않다. 마이애미는 샌디에이고와 달리 고우석을 트리플A로 보냈다.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기회를 줄 것 같았다.
그러나 마이애미는 갈수록 고우석을 찬밥 대우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5월 31일 고우석을 양도선수지명(DFA)해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40인 로스터에 등록할 선수(숀 앤더슨)의 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고우석을 뺀 것이다. 그리고 7월 12일에는 고우석을 구단 산하 더블A팀인 펜사콜라로 보내며 강등했다.
현지 언론에서 “마이애미는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선수라고 보지 않는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실제 마이애미는 고우석을 시즌 끝까지 더블A에 머물게 했다. 더블A 일정이 끝나면 트리플A에서 일주일이라도 더 실험을 거칠 법도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결국 올해는 고우석을 쓸 생각이 없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를 노골적으로 확인한 셈이 됐다. 큰 시련이다.
심리적으로 다잡기 어려운 시기가 1년 내내 이어졌다. 메이저리그를 꿈꾸고 온 선수고, 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보장 계약을 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는 근처에도 못 가고 트리플A는커녕 더블A 무대에 오랜 기간 머물렀다. 이것도 선수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지만, 미래를 보는 더블A 유망주들과는 분명히 다른 포지션이었다. 지칠 법도 한 게 사실이다.
마이애미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고우석을 계속 찬밥 대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우석을 한 번이라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하면 내년에는 구단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선수가 된다. 고우석은 올해는 없었던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2025년 얻기 때문이다. 마이애미의 현시점 행보는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조치다. 현재 상황이라면 내년에도 마이애미는 고우석을 마이너리그에 둘 수 있다. 보다가 잘하면 그때 메이저리그에 올려도 된다.
고우석과 마이애미의 계약은 샌디에이고 계약을 그대로 승계해 내년까지다. 마이애미는 내년에도 고우석의 보장된 연봉을 줘야 한다. 그럼에도 오프시즌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면 고우석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내년에도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데, 선수 경력의 전성기에서 2년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우석과 마이애미가 상호간의 계약을 파기하고, 고우석이 KBO리그로 돌아오는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고우석은 KBO리그로 돌아가겠다는 확실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시즌 막판까지만 해도 힘든 시기지만 잘 이겨내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 측도 고우석 복귀와 관련된 특별한 업데이트가 없다.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비슷한 사정이었던 윤석민 박병호는 모두 조기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고우석이 내년에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 간다면, 그 자체로 정말 도전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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