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뛰지 않은 4명도 올랐다…유도팀 11명 시상대 오른 까닭
4일(한국시간)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 시상식이 열린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는 순서에 따라 동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의 이름을 먼저 호명했다. 한국은 이날 같은 장소에 열린 혼성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4-3으로 꺾었다.
그러자 태극마크를 단 선수가 무려 11명이나 시상대에 올랐다. 마치 축구·야구와 같은 구기 종목의 시상식처럼 10명 이상이 메달을 수상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건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물론이고 뛰지 않은 후보 선수까지 메달을 주는 올림픽 규정 덕분이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혼성단체전은 남자 3명(73㎏급·90㎏급·90㎏ 이상급)과 여자 3명(57㎏급·70㎏급·70㎏ 이상급)이 참여하는 경기다. 먼저 4승을 거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즉 경기를 하기 위해선 6명의 선수만이 필요하다.
한국은 남자 66㎏급 안바울(남양주시청)이 73㎏급에서, 여자 63㎏급 김지수(경북체육회)는 여자 70㎏급에서 한 체급의 상대와 맞서야 했다. 남자 81㎏급 이준환(용인대)은 국제무대 경험이 적은 한주엽(하이원)과 번갈아가며 90㎏급에서 싸웠다. 최중량급 간판 김민종(양평군청)은 전날 남자 100㎏ 이상급 결승전에서 다친 무릎을 끌고 출전하는 투혼을 보여줬다.
이날 독일과의 동메달 결정전은 3-1로 앞선 5경기에서 안바울이 독일의 이고어 반트크에 패하며 3-2가 됐고, 이어 나온 김지수까지 패하며 동점이 됐다. 결국 연장전인 골든스코어로 이어졌다. 단체전의 골든 스코어는 추첨으로 한 체급을 정해 재경기를 펼친다. 골든스코어 경기의 체급은 추첨 결과 남자 73㎏급으로 정해졌다. 안바울은 다시 매트에 섰다. 불과 몇 분 전 자신보다 약 6㎏ 무거운 반트크와 9분 38초의 혈투를 벌인 끝에 패했던 그는 이번엔 5분 25초 만에 반칙승을 거두는 기적을 썼다. 앞서 안바울은 혼성단체전 16강(튀르키예), 8강(프랑스), 패자부활전(우즈베키스탄), 동메달 결정전(독일)을 치르는 동안 무려 35분 49초 동안 매트에 있었다. 한 경기 정규시간은 4분이다.
안바울은 같은 체급인 무함메드 데미렐(튀르키예)에게 한판승했고, 한 체급 위인 조안-뱅자맹 가바(프랑스)를 상대로 5분 16초 혈투 끝에 아쉽게 반칙패했다. 무로존 율도셰프(우즈베키스탄)와는 12분 37초 동안 혈투를 벌인 끝에 상대의 반칙패를 끌어내면서 팀의 4-2 승리를 확정 지었다. 독일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매트를 두 번이나 밟았고, 첫 판을 내준 대신 두 번째 경기에서 5분 25초 연장전 끝에 반칙승하며 한국의 동메달을 확정했다.
안바울 덕분에 경기를 뛰지 않은 후보 선수 김원진(남자 60㎏급), 이혜경(여자 48㎏급), 정예린(여자 52㎏급), 윤현지(여자 78㎏급) 등 4명을 포함한 한국 유도대표팀 전원 11명이 동메달을 목에 건 셈이다. 안바울은 "여기 있는 선수들 말고도 함께 훈련한 모든 선수가 진짜 많이 생각났다. 그래서 더 힘을 내야 하고 무조건 이겨야겠다고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보낸 힘든 시간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은 안바울 곁에서 '안바울' 연호를 받았다.
안바울은 지난달 28일 2024 파리 올림픽개인전에서 예상보다 일찍 짐을 쌌다. 세계랭킹 13위 안바울은 남자 66㎏급 16강전에서 구스만 키르기스바예프(카자흐스탄)에게 절반패했다. 맞대결 전적도 2승 무패로 앞서고, 세계 랭킹도 자신보다 13계단 낮은 상대에게 당한 충격패였다. 안바울은 "그 어느 때보다 개인전 준비를 잘해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다. 근데 조금이라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6 리우에서 은메달, 2020 도쿄에서 동메달을 딴 안바울은 이날 단체전 동메달을 추가하며 한국 유도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입상하는 진기록을 썼다. 3연속 메달 성적에 대해선 "오랜 시간 한국 유도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고 또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세 번이나 나와 다 메달을 따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 유도는 이날 단체전 동메달 외에도 개인전 은메달 2개(허미미·김민종)와 동메달 2개(김하윤·이준환)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고 남녀 유도가 고루 활약했다는 점에서 4년 뒤 LA올림픽 기대해 볼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파리=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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