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덮밥 체인점 “심야엔 돈 더 내세요”
‘낮에는 한 그릇에 430엔(약 3800원), 오후 10시부터는 460엔입니다.’ 밤이 되면 규동(소고기 덮밥)이 비싸진다. 일본 대표 규동 체인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지통신 등은 최근 일본 규동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인건비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택시와 같은 심야 할증 제도를 도입 중이라고 보도했다. 전국 1000여 점포를 보유한 ‘마쓰야’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전 메뉴 가격을 7% 올려 받는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인건비가 낮보다 25% 오르는 시간대다. 예를 들어, 샐러드·된장국이 포함된 규동 세트는 530엔에서 570엔으로 비싸진다.
규동은 메이지 시대부터 내려온 대표적 서민 음식이다. 마쓰야·스키야·요시노야 등 ‘3대 규동 체인’ 점포가 4100여 곳 있다. 소규모 프랜차이즈 및 개인 음식점도 전국에 많다. 이처럼 서민 일상과 뗄 수 없는 규동집이 심야 할증제를 도입하는 것은 일본 요식 업계가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마쓰야는 “원재료 가격과 전기료, 인건비, 배송·포장비가 급등했고 환율 변동(엔저로 인한 수입 가격 상승)까지 닥쳐 가격 개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국 2000여 점포를 보유한 스키야도 지난 4월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서 “인건비, 원재료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전했다. 특히 매년 가파르게 오르는 최저임금 탓에 인건비 압박이 거세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규동 값이 비싸질수록 서민 음식이라는 상징성이 퇴색하고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요식업 전문 컨설턴트 나리타 료지는 현지 매체 오토난사에 “규동집은 다른 식당보다 심야 이용률이 높다”며 “‘싸다, 빠르다, 맛있다’는 이미지가 심야 요금 도입으로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으론 일본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과도한 ‘저가 경쟁’이 조금이나마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일본인들은 일상과 밀접한 상품일수록 가격 인상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이런 품목들은 대형 업체들조차 가격 인상을 꺼리고, 부득이하게 올릴 경우 사장이 직접 나와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아카기유업은 지난 3월 아이스크림 값을 10엔 올리며 사원 수십 명이 본사 앞에 도열해 고개 숙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러한 저가 경쟁이 끝나지 않으면 기업의 고물가 부담이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고, 이에 직장인들의 만성적인 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 주장이다. 오토난사 등은 “저가 경쟁의 대가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같은 형태로 노동자들에게 부담돼 왔다”며 “심야 요금 도입을 계기로 노동 환경을 정비해 업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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