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⑧"엔화에 물렸다면 1년만 기다려라…장기로 봐야 수익가능"
외환은 장기로 보고 투자해야 수익 가능, 엔화보다 일본 증시 투자가 유리
일본 전문 애널리스트, 김채윤 NH증권 책임연구원 인터뷰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서 엔저현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엔화 투자는 1년 이상 장기로 봐야 수익을 낼 수 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일본과의 금리차가 벌어졌고, 최근에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도 지연되면서 엔저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현지 증권사인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동해도쿄증권 등에서 일하다가 국내로 이직한 여의도 유일의 일본 전문 애널리스트다.
김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하게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본 역시 금리를 급하게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엔저 현상이 2026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엔·달러 환율 예상밴드는 143~159엔 사이로 예측했다. 현재 현재 155~160엔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엔·달러 환율이 하반기에도 크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는 일본은행(BOJ)이 극심한 엔저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고 분석했다. "2022년 이후 여태까지 일본은행이 대여섯번 이상 시장에 개입한 것 같은데 갈수록 효과가 줄고 있다"며 "엔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어쩔 수 없이 강달러로 인해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것을 시장이 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이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내려야 엔저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기간에 그런 시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현재 시점에서는 엔화투자보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했다. 일본 증시는 최근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엔저 현상을 타개하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으로 본다"며 "그 과정에서 일본 증시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친환경 인프라, 탈탄소, 금융 등 기시다 정권의 과학기술 강국 비전에 수혜를 입을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채윤 책임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엔저현상이 예상보다 심해지고 있다. 올해 지속되고 있는 엔저현상의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
▲엔화 약세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주요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금융 완화 정책을 펼쳤던 일본이랑 금리차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일본 경기가 개선되고 임금과 물가가 상당히 올랐는데도 엔저가 지속되는 원인은.
▲올해 일본에서 상당 규모의 임금 인상이 있었고 연초 물가상승률이 2%를 넘는 등 임금과 물가가 상승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임금 인상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물가 역시 일본은행의 향후 전망치는 아직 2% 이하로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엔저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2026년까지도 지금과 같은 엔저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데다 일본 역시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벌어진 금리차가 서서히 좁혀질 것으로 본다. 엔·달러 환율이 125엔 이상이면 엔저로 보는데 125엔 이상에서 몇 년 동안 움직일 것으로 본다.
-하반기 엔·달러 환율은 어느 정도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나.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엔화 강세 폭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 올해 하반기 엔·달러 환율 예상밴드는 143~159엔이다.
-일본에서도 서학개미가 늘면서 엔저현상이 심해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일본의 서학개미 상황은.
▲현재 일본에서 신규로 투자하시는 분들의 70%는 해외에 투자하는 것 같다. 올해부터 일본 정부가 NISA(일본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개정하면서 소액투자 비과세 한도를 늘린 영향도 있다. NISA에 비과세 혜택이 증가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가 늘었다. 다만 액수 자체가 크지는 않아서 다른 요인들보다 엔저현상에 끼친 영향을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엔캐리트레이드의 방향은.
▲코로나19 이후 일본은 소비시장 진출과 생산거점 재편 등을 골자로 한 해외직접투자(FDI)를 확대했다. FDI를 중심으로 이뤄진 해외투자를 고려하면 일본은행의 긴축 움직임에도 엔캐리트레이드가 가파르게 청산된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은행이 일본 정부의 대규모 부채로 인해 기준금리를 쉽사리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한 견해는.
▲맞는 이야기다. 다만 정부부채 이야기는 오래된 문제고 그 자체로 당장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올해 7월과 9월에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 두 차례 올려도 금리는 워낙 낮은 수준이라서 정부 부채나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 같다.
-일본 정부가 여러 이유로 적극적으로 엔저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국제 투기세력이 일본 엔화를 공격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지금 일본은행이 엔저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시장개입을 해도 효과가 길게 가지 못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여태까지 대여섯번 일본은행이 시장에 개입한 것 같은데, 갈수록 효과 시간이 짧아진다. 엔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어쩔 수 없이 강달러로 인해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는 것을 시장이 아는 것이다.
-엔저현상이 한국 산업에 부정적이라고 보는지.
▲엔저로 인해 일본기업들의 제품이 국제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일본이 잘하는 것은 제조업 소재, 부품, 장비, 자동차 등의 품목들로 한정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은 IT 소프트웨어 이런 쪽이기 때문에 겹치지 않는 부분도 많다. 무조건 부정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엔화나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들이 늘었다. 엔저 현상이 심해지면서 손해를 보는 투자자들도 많다고 하는데 조언 해줄 수 있나.
▲엔화 투자는 기본적으로 1년 이상 장기로 보고 투자하시는 게 맞다. 선진시장인만큼 단기로 보고 투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장기로 보면 엔화가치가 오를 것으로 본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서는 엔화보다는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게 낫다. 일본 경제가 지금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엔저 현상을 타개하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것으로 본다. 그 과정에서 수혜를 보는 업종의 주식을 사는 게 낫다고 본다.
-만약 일본 증시에 투자한다면 어떤 업종이나 기업을 봐야 하나.
▲기시다 정권의 과학기술 강국 비전에 주목하고 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친환경 인프라, 탈탄소, 금융 관련주를 최선호로 제시한다. AI 반도체 관련해서는 도쿄일렉트론이나 미쓰비시전기 등이 있고, 인프라는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 중공업 등이 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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