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핵무장과 한·미 동맹, 둘 다 갖는 건 불가능

2024. 7. 1.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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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4월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600mm 초대형 방사포병 부대들을 국가 핵무기 종합관리체계인 핵방아쇠 체계 안에서 운용하는 훈련을 처음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리셋 코리아 통일분과위원

핵무장 주장이 한창이다. 한국인의 핵무기에 대한 열망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한국을 겨냥한 ‘가상 핵반경 전술훈련’, ‘적대적 두 국가론’ 선포에 이은 영토 정복 위협, 일부 미국 인사의 한국 핵무장 용인 발언, 트럼프 대통령 재선 및 한·미 동맹 약화 가능성, 국내 유력 정치인들의 핵무장 요구 등이 핵무장론을 크게 부추겼다. 과연 한국 핵무장이 최선의 안전보장책인가? 필자는 국내 핵무장론이 불확실한 핵무장 이익을 과대평가하는 반면, 실체적인 핵무장 비용과 불이익은 과소평가했다고 본다. 특히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과 핵 비확산 국제 체제의 실효성을 경시했다.

「 미국은 핵 비확산 원칙 고수하며
비핵 동맹국에 핵우산 보호 제공
핵무장시 동맹과 핵우산 사라져

첫째, 핵무장론은 핵은 핵으로만 대응할 수 있고, 미국 핵우산은 막상 필요할 때 전개되지 않는 ‘찢어진 핵우산’이므로 핵무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한국이 자체 핵무장과 한·미 동맹·핵우산 둘 다 가질 수 없는 현실을 간과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일관되게 핵 비확산 원칙을 고수해왔고, 비핵 동맹국에 핵우산의 보호를 받는 대신 핵 옵션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또 관철했다. 게다가 한·미 동맹과 핵우산에 대한 불신은 근거 없는 일방적 해석이다. 실제로 한·미 동맹과 핵우산은 지난 70년간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는 훌륭한 실적을 보였다. 반면 한국 핵무장은 어떤 안보 효과가 있을지 불확실하다. 인도·파키스탄의 경우, 상호 핵 억제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빈발했고 핵 사용 위험성도 높았다.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는 남북 관계라면 한국의 핵무장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상호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나경원 의원(가운데)이 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안보의 새로운 비전 핵무장 3원칙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핵무장론자는 한국이 핵으로 무장하면 강대국이 되어 국제적 위상도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약소국이자, 강대국 사이에 ‘끼인 국가’로 살아온 한국에 솔깃한 말이다. 그런데 핵 비확산 국제 체제가 정착한 현시대에 핵무기는 강대국의 상징이 아니라, 반인도주의, 평화 파괴의 상징으로 통한다. 한국이 핵 개발을 추진하면 선진국, 중견국, 모범적 핵확산방지조약(NPT) 회원국에서 졸지에 국제규범 위반 국가, 불량 국가로 지위가 추락할 것이다.

셋째, 핵무장론자는 합법적으로 NPT를 탈퇴하고, 국내 기술로 단기간에 핵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핵무장 한다는 마음을 먹으면 이른 시일 안에, 심지어 1년 내 핵으로 무장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한국이 농축·재처리시설을 건설하고 핵무기 10기 이상에 상당하는 핵분열 물질을 추출하려면 최소한 수년 이상 걸린다고 본다. 또 NPT 10조의 탈퇴조항은 1995년 NPT가 영구 연장된 이후 사실상 사문화되어, 이를 인용하면 문제 국가가 된다. NPT 10조에 따라 유엔 안보리에 NPT 탈퇴를 통보해야 하는데, 안보리가 한국의 NPT 탈퇴를 순순히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강력한 자체 재래식 방위력에 더해 한·미 동맹의 주한미군·핵우산·핵협의그룹을 활용하는 현행 방안이 최선의 대안이다. 김지윤 기자

넷째, 핵무장론자는 최근 미국 인사들의 한국 핵무장 용인 발언과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핵무장 허용 가능성에 기대가 크다. 그런데 핵무장 용인 발언의 주체는 모두 전직 관료이며, 책임 있는 정부 인사는 누구도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 더욱이 일부 한국 핵무장 허용 주장은 주한미군 철수론을 전제로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국 조야에 뿌리 깊은 핵 비확산 원칙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해도 핵무장을 허용할 가능성은 작다.

이런 이유로 한국이 핵으로 무장할 수 없다면 어떤 안보 옵션을 선택해야 하나. 현재로선 강력한 자체 재래식 방위력에 더해 한·미 동맹의 주한미군·핵우산·핵협의그룹을 활용하는 현행 방안이 최선의 대안이다. 나아가 한·미 동맹이 작동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토록 한다. 이때 농축재처리를 통한 핵 잠재력을 갖는 대안이 많이 거론된다. 그런데 ‘핵잠재력을 위한 농축재처리’를 요구하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이를 지지할 가능성이 작다. 따라서 우선 산업용 농축재처리를 목표로 정부·국회·원자력계·전문가가 모여서 획득 전략을 수립하고, 역할 분담에 따라 집행할 것을 제안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봉근 한국핵정책학회장·리셋 코리아 통일분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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