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회 의정24시-의정MIC] 이순학 시의원 “정보공개청구 악용에 고통받는 공직자 없어야”
정보공개청구는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의 공개하는 제도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나아가 국민이 행정의 잘못된 부분을 직접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특히 지방정부를 감시·견제하고 시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을 하는 시의원 처지에서는 많은 시민에께 권장하고 싶은 제도이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치 자료를 마구잡이로 요구하거나, 비슷한 내용을 쪼개거나 반복해서 요구하는 식으로 공무원을 괴롭히는 경우가 그것이다. 직원들은 본인의 업무도 못 하고 정보공개 자료 취합에 매달리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고, 이러한 직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난해 10월 본회의에서 했다.
그 발언 이후 한 민원인으로부터 보복을 당하고 있다. 필자가 시의원이 되기 전 서구의회 의원 시절의 행적에 대해 대량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이다. 또 의회로 필자를 찾아와서는 ‘발언이 자신을 겨냥한 것이냐’면서 고압적인 태도로 따져 묻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필자의 언성이 높아진 점을 트집 잡아 필자를 ‘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라’는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올리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행정사무감사 때문에 의원들과 의회 전 직원들이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그 민원인이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의원들이 있건 없건 아랑곳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자료를 가져오라며 행패를 부렸다. 결국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하자 그제야 물러갔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시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시의원에게도 뒷조사하듯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수시로 들이닥쳐 괴롭힘과 다름없는 행동을 하는 그 민원인. 그가 그동안 인천시 공무원들에게는 얼마나 안하무인으로 대해왔을지 참 안타까웠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 그 민원인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 공무원을 힘들게 하더라도 정보공개청구는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그 민원인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무원을 힘들게 하는 정보공개청구를 이어갈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해 마지막 본회의에서 한 번 더 발언을 했다. 민원인에 시달리는 공직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민원 전문 상담관’ 제도 도입, 빈번한 정보공개청구 분야의 데이터베이스화,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내실 있는 운영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유정복 인천시장에게 요구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법률 개정을 비롯한 많은 장애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행정안전부에서 조만간 ‘공무원을 괴롭힐 목적으로 보이는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민원’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개정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었다. 법 개정이 되면 지방정부에서도 관련 조례를 개정할 수 있게 되는 등 상황이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공직자와 민원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정보공개청구를 비롯한 민원 업무가 이뤄져야 한다. 필자는 그 민원인이 행정의 부조리를 바로잡고자 하는 깨어있는 시민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행위의 의도는 정의로워야 한다. 목적은 정당해야 한다. 방식은 올발라야 한다. 무엇보다 그 행위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없이 본인의 권리만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볼 것을 지면을 통해 정중히 권한다.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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