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연장만 벌써 세 번째"...부실 PF '산소 호흡기' 뗀다
[편집자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 속에 160조원이 넘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만기연장 중심으로 소극적 대응을 했던 금융당국도 '옥석가리기'로 돌아섰다. PF 구조조정은 금융회사 구조조정까지 동반한다.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정리될 수 있도록 질서 있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강남 청담동 '노른자위 땅'에서 진행되는 '르피에드 청담 PF'가 지난 5일 가까스로 만기가 연장됐다. 브릿지론 4640억원 가운데 1900억원을 대출해준 선순위 채권자 새마을금고가 만기연장에 반대하면서 지난 8월부터 넉 달동안 '살얼음판'을 걸어야 했다. 새마을금고는 경공매로 청담동 땅을 매각하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시행사나 후순위 채권자인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사 등은 전액 손실 위험까지 몰렸다.
청담동 PF는 지난 5월부터 가동한 대주단협약 사업장 187곳 중 하나다. 시행사와 대주단 설득으로 새마을금고가 입장을 바꿔 내년 5월까지 일단 만기는 연장됐다. 3번째 만기연장이다. 대출이자를 후취로 바꾸는 대신 이자율은 연 10%대로 껑충 뛰었다. 내년 5월까지 서울시 인가, 본 PF전환을 위한 리파이낸싱, 시공사 선정을 못하면 청담동 PF도 결국 정리수순을 밟아야 한다. 50층 펜트하우스 분양가는 300억원, 25층 이상 고급 주택 분양가는 100억원에 육박해 사업성이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대주단 협약이 진행 중인 187개 사업장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땅만 확보했지 착공도 못한 브릿지론 단계가 전체 협약의 77%(사업장 기준)다. 대주단협약 가동 이후 현재까지 본PF 전환한 사업장이 한 곳도 없다. 그동안에는 대주단협약 참여 금융회사들이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이자감면 등으로 사실상 '버티기'를 도왔다. 브릿지론 만기연장만 평균 2~3차례에 달한다. 만기연장 주기가 종전 6개월~1년이었다면 최근엔 3개월, 심하게는 1개월 단위로 짧아지고 있다. 최근 사업성 부족 판단에 따라 대주단이 경공매로 넘긴 사업장이 28개로 늘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복기해 보면 부동산 경기침체 후 2년 안에 PF 부실이 현실화 했다"며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안 좋아졌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PF 부실 문제가 터질 수 있어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진 2011년 저축업권 PF대출 연체율은 13%였다. 지난 9월말 기준 저축은행 PF 연체율은 5.56%로 아직은 여유가 있지만 2021년 말 1.22% 대비 4%포인트 넘게 올랐다. PF 대출과 사실상 동일한 토지담보대출은 대주단협약 개시 전 기준 연체율이 10%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전체 PF 연체율은 9월말 기준 2.42%로 2021년 말 0.37% 대비 2%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증권사의 경우 PF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연체율이 13.85%로 이미 위험수위다. 캐피탈사와 상호금융권도 각각 4.44%, 4.18%로 2021년 0.47%, 0.09% 대비 크게 오른 상황이다.
이혁준 나이스평가정보 본부장은 "올 연말쯤 금리가 떨어질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깨고 고금리가 장기화 하고 있다"며 "저축은행은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았고 자본확충도 했지만 금리 상황이 바뀐 만큼 더이상 만기연장으로만 버틸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주단협약을 통해 관리 중인 사업장 일부는 과감하게 경공매를 통해 자산가격을 재조정해야 질서있는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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