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압구정 3구역, ‘황금 땅’ 복병이 드러나다
서울 강남 한복판, 부동산 전문가들이 ‘재건축 최대어’라 부르는 압구정 3구역에서 생각지 못한 대형 변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등기부등본을 들여다보던 조합이 발견한 건, 5만㎡(약 1만 5,800평), 시가로 3조 원이 넘는 필지가 어이없게도 아파트 주민들이 아닌 서울시,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소유로 등록되어 있었던 사실이다. 이 땅은 전체 구역의 약 7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소유구조 혼선이 현실화될 경우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주인 없는 땅’, 행정 오류로 비롯된 유령지분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문제의 뿌리는 1970년대 대규모 택지 개발, 아파트 건설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압구정 일대 아파트 사업의 토지 분양과 등기 작업이 비효율적이고 혼란스럽게 이뤄지면서, 실물 소유자와 등기 명의가 따로 놀거나, 일부 필지의 관리주체가 서울시와 대형건설사(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명의로 남아 버렸다. 행정 착오에 더해, 당시에도 기부채납 등 공익활동이 이뤄지면서 토지 분산의 원인이 중첩됐다. 이로 인해 ‘소유권 불확정’ ‘중복지분 등기’라는 기록상 미스터리가 5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의 위기로 돌아왔다.

주민 불안, 조합원 지분 사라질 위기
현대 3·4차 아파트 등 조합원들은 당황과 불안을 감추지 못한다. 소유권이 주민이 아니라 서울시, 건설사 명의로 남아 있으면, 재건축 감정평가 및 분양권 산정 때 내 지분이 줄어들고, 사업이익과 전용면적까지도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처분계획(사업의 마지막 핵심 단계)에서 등기부 기준으로 감정평가가 이뤄지면 제대로 된 환산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위험 역시 지적됐다. 조합은 “지분을 돌려받지 못하면 조합원이 손해 본다”며 발 빠른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소송 불가피, 서울시·대기업·주민 삼자 갈등 예고
이제 앞구정 3구역에는 “서울시-건설사-조합(주민)”이라는 복잡한 이해관계자가 등장했다. 이미 서울시나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측도 각각 자체 법무팀을 꾸리고 ‘토지 지킨다’ 선언, 법정공방에 대비하고 있다. 서울시도 공식적으로 “재산권을 지켜야 하기에 소송에는 응소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분 합쳐 100%를 넘기는 등기 오류 사례까지 겹쳐 있어, 소송이 실제 판결까지 이르면 최소 수년, 경우에 따라선 사업 장기 지연 위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건축 차질, 조합의 ‘희망과 우려’ 교차
조합 쪽은 “아직 사업시행인가 전, 관리처분 전 단계”라며 대지지분 문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하고, 일정 지연은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서울시 역시 “적극적 협의 및 신속한 법적정리로 주민 피해 없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건축 전제인 ‘정확한 토지 소유권’이 흔들릴수록 시장의 불확실성, 투자심리 위축, 동시다발 사업 정체도 피하기 어렵다. 재개발·재건축의 핵심은 결국 ‘명확한 권리구조’와 ‘소유자간 신뢰’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

압구정 3구역 사태가 남기는 경고
서울 한복판 3조 원, 5만㎡짜리 ‘주인 없는 땅’ 논란은 한국 부동산 행정의 구조적 취약점, 과거 개발시대의 유산, 그리고 도시개발 신뢰 시스템의 구멍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금도 전국 수많은 도시 및 신도시에서 ‘등기 미확정’, ‘권리변동 누락’ 문제는 크고 작은 잠재적 폭탄으로 남아 있다. 압구정 3구역의 법적, 실무적 결말이 전국 재개발 현장에 주는 선례는 분명 강력할 것이다.
서울의 중심, 누구도 예상 못했던 ‘유령 땅’ 미스터리 앞에서, “내 땅은 정말 내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다시 한 번 부동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제는 누구도 소유자 없는 3조의 땅이 또 다시 등장하지 않도록, 행정·입법·사법의 철저한 점검과 시민 감시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