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넣고 보자" 지방은 '안 사요'…청약시장 양극화 이유는

김평화 기자 2023. 4.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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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용산구 아파트 일대.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무주택자 30대 직장인 A씨는 매달 10만원씩 4년간 적립해온 청약통장을 처음 사용했다.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 아파트 1순위 청약에 참여한 것. A씨의 청약 가점은 높지 않지만 329가구 중 60%가 추첨제 물량이라는 데 희망을 걸었다. 이 아파트 1순위 청약에는 1만7013명이 몰리며 경쟁률 51.7대 1을 기록했다.

1주택자 40대 주부 B씨도 이번 청약에 참가했다. 추첨물량의 75% 안팎을 무주택자에게 배정하기 때문에 1주택자가 당첨될 확률은 더 적지만 '로또'를 긁어보는 심정으로 장롱 속 청약통장을 다시 꺼냈다. B씨는 "서울 분양가는 지금이 가장 싸다고 들었다"며 "당첨될 가능성은 낮지만 되기만 하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 지인들에게도 일단 넣어보라고 추천했다"고 말했다.

올들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여전히 침체기인데다 고금리로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졌고 분양가도 치솟고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청약은 "일단 넣고 보자"라는 심리가 작용한다. 추첨제가 부활하며 복권처럼 '운'에 기대할 수 있게 됐고,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되면서 현금화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3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가 완화된 이후 서울 지역 청약 경쟁률이 상승세다. 1순위 모집에서 마감되고, 기타지역 신청자는 헛심을 빼는 경우가 많다. 규제 완화 후 서울 첫 공급 단지였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지난 2월 1순위 청약에서 일반공급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몰려 경쟁률 198.8대 1을 기록했다. 지난달 9일 분양한 서울 은평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는 일반공급 214가구 모집에 243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을 11.4 대 1을 나타냈다. 휘경자이 디센시아가 51.7대 1 1순위 평균경쟁률을 기록하며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지방 청약시장 분위기는 서울과 정반대다. 여전히 높은 미달률을 기록하며 완판에 실패하는 단지들이 쌓이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시공사들의 현금흐름이 악화된다. 청약시장 양극화는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서울·수도권 선호현상이 심화된 영향이다. 자잿값 상승 등 영향으로 공사비가 서울과 지방 모두 일제히 올라 지방 아파트의 '심리적 가격'이 더 높아진 영향도 있다.

직방이 한국부동산원 청약 결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 1순위 청약 미달률은 39.6%로, 1월(73.8%)과 2월(51.8%)에 비해 개선됐다. 최근 규제지역 해제 등으로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분양가 경쟁력이 있는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수요가 일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단지별 청약 경쟁률 격차가 벌어져 양극화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12개 단지 중 가장 높은 1순위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경기 평택시 고덕동 '고덕자이센트로'로 45.3대1을 기록했다. 광주 서구 금호동 '위파크마륵공원'과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역푸르지오더원'는 각각 8.8대1, 4.8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들은 주변 시세와 비교할 때 분양가가 저렴하고 교통 등 입지 선호도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경기 화성시 신동 'e편한세상 동탄파크아너스', 부산 남구 우암동 '두산위브더제니스오션시티', 인천 서구 오류동 '왕길역금호어울림에듀그린' 등 7개 단지는 모두 경쟁률이 1대1을 넘지 못해 미달을 기록했다.

4월 들어서도 지역·단지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다. '휘경자이 디센시아'가 흥행에 성공한 날 함께 청약을 진행한 경기 파주 와동동 '파주 운정신도시 B2블록 운정호수공원 누메르'는 38가구 모집에 25명이 지원하는데 그쳤다. 이달에는 전매 제한 등 규제 완화와 맞물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7% 늘어난 2만7399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청약시장에는 '심리'가 중요한데, 서울 중대형 단지는 가격만 시세 대비 비싸지 않다면 손해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심리가 생겼다"며 "서울과 수도권 시장이 회복되면 점차 지방까지 온기가 확대될 수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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