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박지원 대표 “SM 유산 존경… 이수만 경영은 절대 없다”
“벌써부터 두 회사(SM과 하이브)가 손 잡으면 세계 3대 레코드 레이블인 소니, 유니버설, 워너뮤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이 탄생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박지원 하이브 대표)”
지난 13일, 박지원 하이브 대표가 서울 용산구 사옥에서 전 직원을 향해 던진 말이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이자 국내 음반기획사 시가총액 1위(약 8조)인 하이브는 최근 업계 내 최대 경쟁자였던 S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 자리는 전례없는 가요계 최고의 ‘빅딜’로 화제가 된 이 소식을 뉴스로만 접한 자사 직원들을 위해 연 설명회였다.
박 대표는 2021년부터 대표에서 이사회 수장으로 물러난 방시혁 의장 대신 하이브 경영을 이끌어 왔다. 넥슨코리아 사장을 지낸 인물로, 이번 SM인수전은 물론 하이브IM 등 자사 게임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공식석상에서 하이브의 SM 인수 목적과 향후 계획을 직접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설명회 참석자 등을 통해 확인한 그 발언 내용의 핵심은 다음과 같았다. “SM 고유 색을 유지하겠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경영은 절대 없다.”
◇박 “SM 레거시 존경한다…K팝 본질은 ‘팬덤 비즈니스’”
지난 10일 하이브의 SM 인수전 참여 소식이 알려지면서 SM 측은 “우리 임직원은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익명 직장인 앱 블라인드의 SM 사내 게시판에선 “하이브에 인수되면 SM 고유의 색이 사라질 것”이란 우려와 함께 인수 합병에 대한 자체적인 설문조사도 이뤄졌다. 결과는 85%가 ‘반대’였다.
이를 인식한 듯 13일 박 대표는 “우리 하이브 구성원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인 동시에 SM을 팬으로서 지지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며 운을 뗐고, “최근 SM 임직원분들 또한 현재 상황을 접하며 혼란과 동요를 겪고 계시다는 내용을 기사로 접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어 “SM의 레거시(유산)를 존경한다”며 “이번 인수를 계기로 그 유산을 잘 살리며 더 빠르게, 획기적인 성과들을 만들어 낼 거란 것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전언을 토대로 확인한 박 대표의 핵심 발언들은 다음과 같다. 그는 “SM은 SM만의 가치가 있다”며 “그 색을 계속 지켜가고 하이브는 이들이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 근거로는 하이브가 이전부터 도입해 온 ‘멀티레이블 체제’를 들었다. 이는 다수의 레이블을 산하에 두는 대신 독립적인 제작 권한을 주는 체제다. “K팝 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다양성’ ‘속도전’ ‘새로움’에 있으며, 각 레이블의 콘텐츠 색을 지키는 멀티레이블 체제를 도입하는 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란 것이다. 이번 인수 결정이 빠르게 이뤄진 이유를 “하이브의 운영 철학과 SM의 과거-현재-미래를 이어나가려는 방식이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수만 SM 창업주의 거취에 대해선 “향후 경영 참여는 없다”며 한 번 더 선을 긋기도 했다. “지분 인수 과정에서 SM 안팎에서 문제시 되어온 지배구조 이슈(이수만-라이크기획-SM의 고액 자문료 계약과 주변인들의 자회사 연관 구조)를 한 번에 해결했다”며 “(이수만의) 경영, 프로듀싱 참여는 없다. 로열티도 더는 가져가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박 대표는 “SM과 하이브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도 드러냈다. 그 이유로는 “양사가 (IT)솔루션·플랫폼 사업 중요성을 일찍 파악해 왔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K팝 산업의 본질은 ‘팬덤 비즈니스’이며, 팬덤 신뢰를 유치하고, 풍성한 콘텐츠로 팬덤의 라이프스타일 편의성을 높여가는게 하이브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SM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구체적인 기존 하이브의 시도들로는 ‘걸그룹 르세라핌의 데뷔 과정을 담은 다큐 제작’, ‘보이그룹 BTS와 세븐틴의 투어 공연을 연계한 더 시티 프로젝트’, ‘걸그룹 뉴진스의 데뷔 팝업스토어 운영’ 등을 꼽았다.
위 사례들은 하이브가 자체 팬 플랫폼 ‘위버스’, ‘포닝’ 등을 구심점 삼아 펼치고 있는 사업들이기도 하다. 현재 업계에선 하이브의 위버스가 SM의 팬 플랫폼 ‘디어유 버블’, ‘광야클럽’ 등과 결합할 경우 국내 최대 규모의 팬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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