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안보 이기주의’ 속 韓 핵무장 ‘자강론’…득실은? [핵무장론 재점화]

입력 2023. 1. 12. 10:01 수정 2023. 1. 12. 11: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핵위력 증강하는 북·중·러…일본도 ‘반격능력’ 보유선언
북미회담 결렬 후 ‘한반도 비핵화’에 근본적 회의 시각도
北, 핵무력 법제화…전례 없는 도발·7차 핵실험 만지작
불안한 안보에 움직이는 여론…與중심 정치권 움직임
尹대통령, 美핵우산 한계 인식·핵무장 가능성 거론
‘한반도 비핵화’ 확고한 美…더 많은 역할 원하는 韓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조선중앙통신=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만약 북한이 동시간에 서울과 워싱턴에 핵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실질적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대응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동북아의 핵 위협 수준이 예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고, 중국은 ‘강대한 전략 위력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핵전력 증강을 시사했다. 북한은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하고 7차 핵실험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와 북한의 도발을 명분으로 ‘반격능력’ 보유를 선언하며 전수방위 원칙을 77년 만에 폐지했다.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에 기존의 미사일 방어만으로는 완전히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억지력’ 차원의 반격능력을 보유하겠다고 명시했다.

2018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던 만큼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은 실망감도 컸다. 이후 북한이 핵무력 사용을 법령에 명시하며 비핵화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제기하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 확장억제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굳건한 한미 동맹으로 미국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약속했지만 엄혹한 ‘신냉전’ 기류 속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안보이기주의의 시대에 우리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힘을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 자체 핵무장론 등 핵무장방안은 이러한 인식에서 힘을 얻고 있다.

안보에 대한 불안에 국민여론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한국리서치에 의뢰(2022년 12월 1~4일, 한국 18세 이상 1500명 대상)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고 있다는 응답은 71%, 반대한다는 응답은 26%로 나타났다. 미국의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56%가 지지, 40%가 반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에 대한 한계를 지적한 데 이어 11일 열린 외교·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 보유 가능성도 거론했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핵우산 강화가 최선책이라고 강조했지만 공개적으로 핵무장을 거론한 만큼 무게감이 다르다. 지난 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과거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 개념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 소련·중국에 대비하는 개념으로 미국이 알아서 다 해줄 테니 한국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지금은 그런 정도로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권, 특히 여당을 중심으로 핵무장방안에 힘을 싣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일 ‘자체 핵무장론’과 관련해 “지금처럼 북한이 잦은 도발을 하게 되면 국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고, 그러면 북한과 중국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민주주의국가에서는 국민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따라 금기가 없다”며 “우리가 기술력이나 경제력이 떨어져 핵무기 개발을 못 하는 것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핵무장 방안을 지지하는 인사들은 2021년 10월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된 한 칼럼을 주목한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제니퍼 린드, 대릴 프레스 교수는 ‘한국은 자체 핵폭탄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은 한국의 동맹으로서 핵보유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바라보고 있다. [연합]

다만 미국의 대북정책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다. 지난 70년간 이어진 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는 공고하다는 것이다. 미국 주류정치에서는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를 한미 동맹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과 공동핵연습(Joint nuclear exercise)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했다. 다른 개념의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해 오해가 생겼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국은 미국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더 많은 역할을 원하지만 미국이 핵무기 운용에 관한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단일 권한’의 입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상징하는 장면으로 해석됐다.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장 방안에 대한 득과실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다룬 논문이 있다.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수원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세종연구소 한미핵전략포럼에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아인혼 연구원은 한국이 핵무기를 확보한 경우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의존도에 비해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고, 북한과의 핵 비대칭을 제거하고 강력하고 독립적인 국가로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를 들어 한국의 탈퇴와 핵무기 확보가 합법적일 수 있다는 주장도 언급했다.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생겨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할 경우 조약을 탈퇴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핵무장론 지지자들은 북한의 핵위협이 이 조항에 성립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아인혼 연구원은 핵무기 확보에 대한 반대 입장도 소개하며 사실상 무게를 실었다. “한국이 핵무장화를 결정한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과제가 된다”고 현실적인 이유를 지적했다. 또한 “한국에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수만명의 미국 시민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 한반도에 어떠한 형태로든 무장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의 핵심 세력이 즉시 개입할 것”이라며 “미국의 거대 양당은 한미 동맹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인혼 연구원은 또한 “한국의 핵무기 확보는 북한의 역량을 강화할 동기부여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핵무기 보유로 한미 동맹이 심각하게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고 미국의 공약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게 된다면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핵무장화에 대한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독자적인 핵무기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한국 안보에 대한 우려의 답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공직을 지낸 한 전문가는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을 위한 모든 논의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국민여론이 높은 만큼 핵무장에 대해서는 공론화가 필요하고 세부적인 논의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