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냄새' 솔솔..'의지'가 하늘을 찌른다

안승호 기자 2022. 9. 2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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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의 남자' NC 양의지
NC 양의지가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3회초 2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 나간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늘 푸근한 표정 속 승부욕 ‘똘똘’
“시즌 초 무기력증 빠진 듯 힘들어
아득하던 5위 고지 보이니 신기
KIA전 중요하지만 끝까지 최선”

지난 21일 프로야구 잠실 두산-NC전 이후 3루 더그아웃. 뒤쪽 공간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창원으로 내려가려는 NC 선수들이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이날 경기 히어로인 양의지(35)는 인터뷰를 위해 더그아웃에 조금 더 머물러 있었다.

부상 얘기기 나왔다. 양의지는 전날 두산전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아 이날 경기에는 지명타자로 나왔다. 다행히 타박상이었지만 왼발등 부기는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 양의지는 “내일 경기를 위해 감독님이 배려를 해주셨다. 계속 아이싱하고 홈경기를 준비해야겠다”고 말했다. 다음 시리즈는 5위 싸움의 향방이 걸린 KIA와의 창원 3연전. 양의지는 왼발등 통증을 최소화하면서 포수 마스크를 다시 쓸 채비를 했다.

양의지는 경험이 풍부하다. NC 이적 전 두산에서만 5차례 한국시리즈에 출전하며 2차례 정상을 맛봤다.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통해 NC로 옮긴 뒤에도 2020년 팀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데 큰 에너지가 됐다.

얼핏 비단길만 걸어온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허허실실 푸근한 표정을 보이는 것이 일상의 이미지지만 속으로는 승부욕으로 똘똘 뭉쳐 상대와, 또 자신과 싸울 때가 많았다.

2015년에는 NC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 오른쪽 엄지발가락 미세골절상을 입고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까지 안방을 지키면서 두산이 정상에 오르는 데 주동력이 됐다.

당시 양의지는 딱딱한 곳에 닿을 때마다 아픈 엄지발가락 위에 패드를 대고 경기를 했다. 패드 부피만큼 오른쪽 스파이크 끈은 헐겁게 묶어야 했다. 그렇게 한국시리즈까지 뛰다 보니 가을야구가 모두 끝난 뒤에는 양쪽 스파이크가 ‘짝짝이’가 돼 있었다.

양의지는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바라보기 어려웠던 5위 고지가 바짝 다가온 것을 두고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냉정과 독기를 내보였다. “KIA전도 중요하지만 (잔여경기 수가 많아) 그다음 경기도 중요하다. 끝까지 잘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주장으로 선수들 분위기 전체를 살피기도 했다. “투수들이 참 잘해주고 있다. 다만 실수가 나와 어려운 경기를 할 때가 있다”며 “(노)진혁이한테 내야진 안정을 다시 한번 살펴봐달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참 힘든 시즌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 초반 타격감이 엉망이었다. 1할대를 전전했다. 양의지는 “뭐랄까, 무기력증에 빠진 듯 힘든 시간이었다. 링거도 맞으면서 어렵게 회복해 타격감도 찾았다. 초반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초반 극심했던 부진에도 양의지는 어느새 21일 현재 타율 2할8푼9리, 20홈런, 84타점을 쌓았다.

양의지가 올해 맡는 가을 공기는 느낌이 새로운 듯 보였다. 그 기분으로 ‘가을의 선물’까지 품에 안을 수 있을까. 양의지는 다시 한번 스파이크 끈을 고쳐 매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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