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선동 굴복해 정말 죄송”···의총 후 관저 앞 ‘전광훈 집회’ 몰려간 여당 의원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4일 비상의원총회 후 윤석열 대통령 관저가 있는 서울 한남동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대거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상현, 김민전 의원 등의 개별 참석에서 참석 규모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의원들은 집회에서 “사기탄핵이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좌파들의 내란 선동에 굴복해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는 개별 의원들의 집회 참여는 개인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이라 사실상 계엄을 옹호하는 집회 참석을 방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규·김민전·이인선·조배숙·임종득·박성민·구자근·강승규 의원은 이날 저녁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한남동 일대에서 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전 목사의 소개에 이어 연단에 선 김민전 의원은 “이제 아주 분명해진 건 이 탄핵이 사기탄핵이라는 것”이라며 “탄핵소추서에 내란죄를 집어넣고 이제 내란은 빼겠다고 한다. 이거야말로 사기탄핵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조배숙 의원은 “영장판사가 영장에 써서는 안 될 말을 썼다. 형사소송법 110조, 111조를 배제해야 한다고 썼다”며 “누가 판사에게 법을 배제하는 권한을 줬냐. 우리가 이 잘못된 영장에 의한 체포를 반대해야겠지 않냐”고 밝혔다. 임종득 의원은 “급기야 공수처에서 대통령을 체포하는 영장을 발부했다. 이것은 무효”라며 “민주당은 비상계엄을 빌미로 내란을 오히려 획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분, 일어서야 한다. 탄핵 의결도 무효, 국무총리 탄핵도 무효, 헌법재판관 임명도 무효다”라고 덧붙였다.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도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이 의원은 “정말로 죄송하다”며 “저희들이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좌파들의 내란 선동에 일부 의원들이 굴복해서 국민들이 우리한테 맡겨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잘못되고 그릇된 판단으로 잠시 흩어졌던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한뜻으로 뭉쳐서 다시금 잘못된 탄핵을 바로 잡고, 대통령의 거주지인 관저를 수색하겠다고 영장을 발부해준 판사의 그릇된 결정을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항의하면서 바로잡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인선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민전·조배숙 의원 등과 함께 찍힌 사진을 공유하며 “오늘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집회에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들께서 이재명과 민주당의 폭정에 목소리를 드높였다”며 “민주당의 폭거에 맞서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적었다.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공수처의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원총회 후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집단으로 국회 밖 관저 앞 집회까지 찾은 것이다. 이철규 의원은 집회 연단에서 “오늘 하루종일 민주당과 좌파들의 잘못된 선동이 오늘의 이런 혼란을 불렀다고 의원총회를 열고 결의를 하고 여기에 12명의 우리 당 의원들이 고생하시는 여러분께 와서 미안함을 전하고 여러분들 응원하겠다 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탄핵 반대 집회 참여에 “신중한 입장”이라면서도 개별 의원들의 집회 참여는 개인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고 다만 개별적으로 가시는 분들에 대해 저희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올라오시는 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냥 있기가 더 어렵다고 말씀하는 분도 있어서 그 부분은 개인 판단에 따라 하시는 걸로 맡겨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계엄을 옹호하는 집회 참석을 방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관저에 가고 집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을 옹호하고 지키는 흐름으로 국민들이 보지 않겠나”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우리 당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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