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 축산물 가격 폭등까지.. 무한리필 고깃집 '이중고'

송복규 기자 2022. 6. 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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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값, 한 달 새 10% 올라.. 항정살은 두 배
전문가 "정부, 선제적인 물가 관리 시급"

지난 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무한리필(일정한 돈을 내고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점)’ 돼지고깃집은 점심시간이지만 썰렁했다. 식당에는 열 개 남짓한 테이블 가운데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테이블 가운데 위치한 셀프바에는 상추, 김치, 콩나물 등 채소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고기 냉동고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생고기가 빨간 조명을 받은 채 놓여있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한모(42)씨는 최근 무한리필 가격 이용료를 올릴지 말지 며칠째 고민 중이다. 삼겹살, 돼지갈비, 항정살, 껍데기 등을 무한리필로 1만1500원에 팔면서 가성비 좋은 음식점이라는 점을 앞세워 장사했는데, 최근 고깃값이 치솟으면서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한씨는 “최근 한 달 새 돼지고기 가격이 10% 올랐다”며 “가격을 올려야 겨우 적자를 면하는데, 우리 같이 소규모 고깃집은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손님이 줄어 눈치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고깃집 테이블 위에 생고기가 쌓여져 있다./김수정 기자

최근 축산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무제한으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무한리필 고깃집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반년도 안돼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부위도 있어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무한리필 음식점 자영업자들은 업종 특성상 ‘가격 경쟁력’을 포기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축산물(12.1%)을 중심으로 4.2% 오르며 전월(1.9%)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품목별로는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등 주요 축산물 가격이 폭등했다. 세계 곡물 가격이 올라 사료 값이 폭등하고, 주요 돼지고기 생산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수출이 중단된 탓이다.

식재료 원가 상승은 모든 식당이 똑같이 겪는 문제지만, 무한리필 고깃집의 타격이 특히 크다. 무한리필 고깃집의 경우 일정한 가격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고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깃값 상승분 만큼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으로 버텨온 무한리필 식당은 음식값을 올렸다가는 일반 고깃집에 손님을 뺏길 가능성이 크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무한리필 고깃집./ 김수정 기자

서울 구로구에서 소고기 무한리필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6)씨는 “갈비살의 경우 작년 기준 1킬로그램(kg)당 1만5000원이었는데, 최근에는 1kg당 2만6000원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부채살의 경우 같은 기간 70%가량 가격이 올랐다”며 “손님들이 저렴하게 와서 고기를 무제한으로 드실 수 있다는 것이 우리 가게의 강점인데, 소고기 단가가 비싸지다 보니 손님이 많이 와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이미 가격을 올렸다가 손님이 줄어든 식당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무한리필 돼지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39)씨는 올해 초 1만1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한 차례 가격을 올렸다가 손님이 30% 줄었다. 하지만 가격을 올려도 최근 오른 고깃값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작년 말 기준으로 돼지 항정살 1kg이 8000원이었는데 지금은 1만6000원으로 가격이 두 배나 뛰었다”며 “올해 초 가격을 한 차례 인상했는데 고깃값이 더 올라 지금은 사이드 메뉴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관세 면제나 사료 가격 안정화 등 정부가 선제적으로 축산물 물가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축산물의 경우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이 크다”며 “최근 시행 예고된 돼지고기 할당 관세 면제 정책을 확대·유지해 축산물 가격 안정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축산물 가격 상승의 근본적 원인은 사료 가격 상승인 만큼, 민간 사료 가격의 급격한 인상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대한 가격 인상을 억제해 축산물 가격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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