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전기차, 캠핑장에선 '차박 머신'

글 손수원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2022. 2. 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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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캠핑
친환경 전기차 캠핑 일러스트. 일러스트레이터 윤성중.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전기차는 가솔린이나 디젤, 가스 등 내연기관이 필요로 하는 연료 대신 전기를 이용한다. 내연기관의 연료들에 비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은 충전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것은 전기차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아웃도어 활동, 특히 캠핑에서 전기차는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차박을 즐기는 30대 캠퍼 S씨의 이야기를 통해 캠핑용 자동차로서 전기차의 가능성을 알아본다.
시동 걸어도 소음·매연 없어
나는 캠퍼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25세 때 처음 경차를 산 이후부터 백패킹을 다니고 있다. 이제 내 나이 34세, 중형 디젤 SUV를 타다가 얼마 전 큰마음 먹고 SUV 전기차를 구매했다. 처음에는 고민이 컸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는 아직 시기상조란 말이 많았다. 무엇보다 충전소 문제가 걸렸다. 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는 완속 충전을 위한 콘센트를 제공하고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왕복 70km 정도 되는 출퇴근은 물론, 전국으로 돌아다니며 캠핑이나 차박을 즐기는 나로서는 장거리 운행에 대한 유류비나 고속도로 이용료 등도 감안해야 했다. 전기차는 고유가 시대에 연료비가 훨씬 적게 들고, 고속도로 이용료와 공영주차장 등에서 요금 감면 혜택을 받아 매력적이었다.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에는 USB 포트는 물론 220V 콘센트까지 지원해 노트북이나 밥솥, 전기그릴 등의 가전제품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차 가격이 비싼 것은 흠이었지만 보조금을 받으면 감수할 만했다. 내 차의 경우 차 가격이 5,500만 원 미만이라 1,000만 원 정도 전기차 구입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하니 내연기관의 중형 SUV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더구나 전기차는 연료비가 싸기 때문에 많이 타면 탈수록 이익이다. 1년에 4만 km 정도로 주행 거리가 많은 나로선 전기차가 딱 좋았다.
전기차를 타고 첫 차박을 갔을 때 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공회전을 해도 아무런 소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매연도 없었다. 예전 디젤 자동차를 가지고 있을 때엔 히터를 작동하려고 시동을 걸라치면 5분도 안 되어서 주변 캠퍼들에게 ‘매너 똥’이라며 항의를 받았었다. 그래서 차 안에서 자더라도 두터운 동계용 침낭에 핫팩을 잔뜩 넣곤 했었다.
그런데 전기차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가전제품을 사용하듯 시동을 걸고 히터나 에어컨을 가동하면 그만이었다. 밖에서 보면 내가 시동을 켰는지 안 켰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물론 사이트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캠핑장에선 이마저 사용에 눈치를 봐야 할 경우도 있지만 주로 노지를 가는 나에겐 이런 전기차의 특성은 가장 큰 매력이었다. 특히 차 뒷부분에 도킹텐트를 연결하고 트렁크를 열어 냉난방 기능을 사용하면 천국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전기차의 엔진룸은 작은 수납공간이다. 짐에 치이는 캠퍼라면 대환영할 일이다.
충전소 문제는 은근 스트레스
배터리 소모량에 대해 직접 실험해 본 결과 자동차 메인 배터리를 사용해 히터를 가동하고 영상 1℃ 정도에서 9시간을 가동했더니 10% 정도를 사용했다. 배터리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혹한기에는 20% 정도 소모되지 않을까 한다. 이 정도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배터리를 완충하면 하룻밤을 ‘황제’처럼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단점도 발생한다. 캠핑 전 충전소에 들러 배터리를 충전하느라 쓸데없는 시간을 날린다는 것이다.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다.
하룻밤 히터를 마음 놓고 쓴다고 가정했을 때 배터리가 70% 이상 충전되어 있어야 마음이 놓이므로 장거리 운전을 했을 때는 1시간~1시간 30분 정도는 충전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나는 빨리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놀고 싶은데 차 안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기분이란. 게다가 충전소에 대기줄이라도 있으면 거의 반나절을 허비하는 셈이다.
특히 충전시설이 별로 없는 시골이나 산간 오지로 들어갈 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원래 가려고 했던 충전소의 충전기가 고장 나 있을 때는 절망이다. 이럴 경우 조금 큰 도시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충전소를 찾아 수십 km를 돌고 도는 경우도 있고, 최악의 경우 충전소만 찾다가 하루를 다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캠핑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 요즘 나오는 전기차에는 220V급 일반 전원을 외부로 공급하는 기능을 지원해 자동차에 노트북이나 밥솥, 게임기, 미니 냉장고, 전기그릴 등의 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58kWh 메인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45W 전력을 소모하는 노트북을 꽂아 3시간 동안 사용하면 0.135kWh밖에 전기를 먹지 않는다. 수십만 원 하는 캠핑용 파워뱅크(외부 배터리)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전기차는 급속충전기를 사용하면 2시간 이내에 완충이 가능하다.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엔진 대신 수납공간
소소한 장점도 있다. 보통 자동차 앞 엔진룸엔 커다란 엔진이 들어가 있기 마련인데, 전기차에는 엔진이 없으므로 이 공간이 수납공간이 된다. 나는 이 공간에 비교적 부피가 작은 백패킹 장비를 넣어둔다. 뒤 트렁크에서 다른 짐들과 뒤섞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필요할 때 바로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기차의 시대를 선언하고 있다. 이제 전기차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기충전소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웃도어 활동에 편리하고 친환경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전기차를 적극 추천한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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