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찍힌 쇠스랑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다"
표절 논란 6년 만에 첫 간담회 "넘어진 땅 짚고 또 일어서겠다"
“젊은 날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허물과 불찰을 등에 지고 앞으로 새 작품을 써나가겠습니다.”
소설가 신경숙이 표절 논란 6년 만에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여덟 번째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와 함께다. 그는 지난 2015년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자 잘못을 인정하고 외부 활동을 멈췄다. 단행본으론 8년, 장편으론 11년 만의 신작 출간이다.
3일 유튜브로 진행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신경숙은 목까지 덮은 검은색 스웨터를 입고 책상에 앉았다. 연필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목이 타는 듯 중간중간 커피와 물을 마시기도 했다. 그는 “제 작품을 따라 읽어준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한다”며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1시간 진행한 간담회에서 그는 ‘표절’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출판사 직원은 ‘이슈’란 말을 대신 사용했다.
신경숙의 신작 소설은 6·25전쟁과 4·19혁명, 소값 폭락이 빚은 1980년대 ‘소몰이 시위’까지 현대사의 질곡과 함께 살아온 아버지의 인생을 딸의 입장에서 복기하는 내용이다. 2008년 출간돼 지금까지 250만 부의 기록적인 판매량을 올린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와 한 쌍의 작품으로 보이기도 한다. 신경숙은 “아버지의 심중에 들어 있는 말들이 어떤 말인지 찾아내고 싶은 작가적 욕망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독자들은 (내게) 대자연”이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넘어진 땅을 짚고 또 일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저에겐 작품 쓰는 일입니다. 소설에 제가 하고 싶은 말들이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도 다음 말은 다음 책에 다 담겠다”고 했다.
신경숙은 두문불출했던 그동안 “일상을 지키려고 애쓰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고장 난 것을 고치는 일과 같이 바쁘다는 이유로 뒤로 물려놨던 것을 했다”고 했다. 이어 “30년 동안 제가 써왔던 제 글에 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며 “쓰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부지런히 찾아 읽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신작 소설 속 화자의 직업도 소설가다. 치매 검사를 받았다고 말하는 아버지 앞에서 딸은 이런 독백을 한다. ‘나는 하고 싶어서 쓰는 게 아니라 살고 싶어서 쓰는 것 같아요, (중략) 아버지, 나는 부서지고 깨졌어요. 당신 말처럼 나는 별것이나 쓰는 사람이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나는 그 별것을 가지고 살아가야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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