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목민의 죽음..중 몽골족 깨우다

2011. 5. 3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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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네이멍구서 '30년만의 최대 규모' 반중 시위

광물개발 바람에 터전 뺏긴 유목민 불만 커져

공안당국, 주요지역 봉쇄·인터넷 통제 나서

중국 몽골족 자치구인 네이멍구에서 발생한 '한 유목민의 죽음'이 잠자던 몽골인들의 민족 감정에 불을 지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상대적으로 민족 갈등이 심하지 않던 네이멍구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자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몽골 유목민 메르겐은 지난 10일 탄광업체 앞에서 탄광 개발로 목초지가 파괴된 것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다 석탄 운반 트럭을 가로막았고, 한족 트럭 운전사는 그를 향해 돌진했다.

메르겐의 죽음에 분노한 몽골인들은 지난 23일부터 네이멍구 북부 시린하오터와 중심도시 후허하오터 등에서 6일 동안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특히 24일엔 시린하오터시 정부 청사 앞 시위에는 학생 등 2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번 사태는 네이멍구에서 30년 만의 최대 규모 시위로 꼽힌다. 중국 공산당이 1981년 한족 수십만명을 한꺼번에 네이멍구로 집단이주시키겠다는 계획에 항의해 대규모 시위를 벌인 이후, 몽골족들의 분리·독립 움직임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다. 게다가 네이멍구에서는 이미 일찍부터 한족의 대량 이주로 전체 인구 2400만명 중 몽골족 비율이 20% 이하이고, 한족화도 상당히 진행돼 있다.

경제적으로도 네이멍구는 중국 영토의 거의 10분의 1에 해당하며 석탄과 희토류 등 막대한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 중국 내에서도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 뒤엔 자원 개발에 밀려 가축을 기를 목초지를 잃고 쫓겨나는 메르겐 같은 몽골 유목민들의 고통이 감춰져 있었다. 특히 2008년 광산업체들이 앞다퉈 탄광 개발을 시작하면서 유목민들은 지하수 부족, 탄광 분진, 소음 피해를 호소하며 탄광 개발 중단과 보상을 요구해왔다.

몽골에 망명중인 네이멍구 출신 몽골족 투멘-울지는 <로이터> 통신에 "중국이 네이멍구의 천연자원을 급속히 개발하면서, 몽골족들의 전통적 삶의 방식이 깨지고 있다"며 "메르겐의 죽음이 도화선이 돼 중국 내 몽골족들이 단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3월 티베트 라싸에서 일어난 티베트인들의 반한족 시위, 2009년 7월5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일어난 위구르족들의 반한족 유혈시위로 소수민족 문제에 데인 중국 당국은 강경책과 유화책을 섞어가며 사태 진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네이멍구자치구 공안 당국은 28일부터 시린하오터와 후허하오터 등 주요 지역에 사실상 계엄령을 방불케 하는 봉쇄 조처를 취한 데 이어, 30일에도 대규모 공안과 무장경찰을 후허하오터 등 도시에 배치하고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통제했다. 국외에서 운영되는 중국어 사이트 '보쉰'은 네이멍구의 주요 대학들이 갑자기 주말에 시험이나 강연회 등을 명목으로 학생들이 출석하도록 해, 학생들의 시위를 차단했다고 전했다.

중국 차세대 지도자 후보로 꼽히는 후춘화 네이멍구 서기는 27일 시위의 주축인 대학생들과 만나 "범인들을 법적인 절차에 따라 엄격하고 신속하게 처벌해, 희생자의 권리와 법의 존엄성을 지키겠다" 며 진화에 나섰다. 당국은 또 사망자 가족에게 50만위안(8300만원)의 배상금을 제시하고, 메르겐을 친 한족 기사 체포와 해당지역 서기 면직 등을 발표했지만 아직 긴장감은 팽팽하다.

쑤저우/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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