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합참에 “내가 지시하면 북 오물풍선 원점타격…의장엔 보고 말라”

권혁철 기자 2025. 8. 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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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는 북풍 유도 의혹
해사 출신 김명수 의장 패싱
합참 반대에 김용현 격노
지상작전사령부가 북한 장사정포를 무력화하는 대화력전 훈련을 하고 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제공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를 앞둔 11월 중·하순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내가 지시하면 바로 북한 오물풍선 부양 원점을 공격하라’며 여러차례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합참은 원점 타격은 대통령 보고 승인, 유엔사령부 통보 등 절차를 지켜야 한다며 반대했고, 김 전 장관이 화를 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 오물 풍선 부양 원점 타격 등으로 북한과의 군사 충돌을 유도한 뒤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더욱 짙어진다.

13일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북한이 지난해 11월18일 새벽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김 전 장관은 취임 뒤 처음으로 새벽에 출근해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을 연결해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합참이 예하부대의 대응 준비를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은 “확고한 대비 태세가 적 도발 억제”라고 강조했다.

그날 오후 김 전 장관은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북한 오물 풍선 대응 계획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는 대응 계획을 보고 받으며 “다음 오물 풍선이 오면 작전본부장이 ‘상황평가결과 원점 타격이 필요하다’고 보고해라. 내가 지상작전사령부에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지상작전사령부는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를 케이(K)-9 자주포 등으로 파괴하는 대화력전 수행체계를 갖추고 있다.

당시 김 전 장관은 “내가 지시한 걸 합참의장에게 보고하지 말라”고도 했다. 합참은 한국군 작전의 최고 본부이고 합참의장은 국군 전체의 작전지휘관인데도 이런 지시를 내린 배경으로는 김명수 합참의장이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점이 꼽힌다. 김 전 장관, 이승오 본부장, 강호필 지작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국방장관-합참 작전본부장선에서 알아서 원점 타격하자’는 지시에도 이승오 본부장은 “원점 타격 이전에 반드시 안보실장과 대통령까지 보고 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동시에 유엔사령부에도 통보해야 한다”며 대답하자, 김 전 장관은 화를 냈다고 한다. 합참은 북한이 원점 타격에 반격하면 국지전,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봤다. 원점 북한 황해도를 타격하는 건 북한 영토를 공격하는 것이어서, 정전협정 유지 관리 권한 책임이 있는 유엔사와도 협의해야 한다고 봤다.

지난해 10월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거리에 북한 쓰레기 풍선을 통해 살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단이 떨어져 있다. 북한이 24일 새벽에 대남 쓰레기 풍선 약 20개를 부양했고 수도권에서 10여개의 낙하물을 확인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밝혔다. 연합뉴스

‘보고하지 말라’는 지시에도 이 본부장은 김명수 의장에게 이를 보고했고, 김 의장도 우려하며 반대했다. 김 합참의장과 이 본부장은 만약 김 전 장관이 원점 타격을 건의하라고 지시하면 어떻게 할지 궁리했다. 이들은 만약 지시가 내려오면 △합참과 예하부대와 연결된 화상회의를 끊고 △국방장관에게는 합참 결심지원실로 이동하자고 건의하고 안보실과 상황을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11월22일 김 의장이 김 전 장관을 찾아가 원점 타격을 반대하자 김 전 장관이 화를 냈다. 11월28일 저녁 북한이 32번째 오물 풍선을 보낸 것과 관련해 합참이 위협 평가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김 전 장관이 회의를 주재하던 김 합참의장에게 전화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상황을 지연 보고했다며 합참 본부장들을 질책하고 김 의장에게는 ‘상황관리를 잘 하라’고 말했다.

합참의 군기를 잡은 김 전 장관은 다음날인 11월29일 오전 이 작전본부장에게 ‘원점 타격 관련 지침’ 재작성을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은 본인이 지시하면 바로 타격할 수 있는 간단한 계획을 원했다.

하지만 합참은 시행 절차를 더 복잡하게 마련했다고 한다. 국방부와 합참뿐만 아니라, 작전지휘관들까지 함께 논의하고, 승인을 받고, 이후 유엔사 통보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당시 사정을 아는 군 관계자는 “장관이 지시하면 바로 원점 타격하라는 지시와 달리 장관이 임의대로 지휘하지 못하도록, 조건을 여러 개 달았다. 장관이 독단적으로 원점 타격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절차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11월30일 합참이 수립된 계획을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으나 아무 지침이 없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하는 등 계엄 실행에서 합참을 배제한 배경에는 원점 타격 지시를 합참이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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