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왕비는 신도비, 태왕릉은 고국양왕릉
백승옥씨 주장, "광개토왕릉은 장군총"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중국 지린성 지안현 태왕릉 앞에 있는 광개토왕비(414년 건립)는 신도비(神道碑) 일종이며, 종래 광개토왕을 묻은 곳이라는 주장이 압도적인 태왕릉은 광개토왕 아버지인 고국양왕(故國壤王.재위 384-391)이고, 실제 광개토왕릉은 종래 장수왕릉으로 비정하는 장군총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승옥 함안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한국고대사학회가 4-5일 계룡산 동학사 입구 동학산장에서 '집안지역 고구려 왕릉의 제문제'를 주제로 개최하는 제7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이런 주장을 담은 논문을 제출한다.
주최측이 미리 배포한 논문 '중국 집안 지역 고구려 왕릉의 피장자 문제 : 태왕릉ㆍ장군총을 중심으로'에서 백씨는 최근 중국측이 공개한 태왕릉 출토 유물 중에서도 소위 '신묘년'(辛卯年)이라는 명문이 확인된 청동방울을 태왕릉 피장자로 고국양왕을 지목하는 가장 유력한 증거로 거론한다.
백씨는 우석대 조법종 교수가 이 자료를 지난해 1월에 국내에 처음 소개하면서 주장한 '광개토왕릉 확정설'을 정면 반박하면서 "(나는) 이 청동방울이야말로 태왕릉 주인공이 광개토왕이 아님을 말해주는 자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청동방울은 중국측 발굴보고서에 의하면 2003년, 태왕릉 남쪽 하단부 구(溝. 도랑의 일종)를 조사할 때 청동 부뚜막을 비롯한 다른 유물 30여 점과 함께 출토된 것으로 여기서는 "辛卯年 好大王 ○造鈴 九十六"이라는 12자가 확인됐다.
5번째 글자 '大'(대)는 발음이나 뜻 모두 太(태)와 통용됨은 말할 나위가 없으니, 이 문구에 나오는 '好大王'(호대왕)은 '好太王'(호태왕)과 같을 것임은 두 말이 필요없다. 문제는 ○로 처리된 일곱 번째 글자. 백씨는 이 글자가 많은 지적이 있었듯이 무당을 의미하는 '巫'(무)일 것으로 간주했다.
백씨는 이 '好太王' 혹은 '好大王'이 여느 고구려왕의 시호에는 항용 붙는 수식어일 뿐이며, 그것을 광개토왕비라든가 모두루 묘지명, 혹은 신라 호우총 출토 금동은합 등지에서 확인되는 광개토왕을 지칭하는 '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나 '國岡上廣開土地平安好太王'(국강상광개토지평안호태왕)과 동일시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시호에 '好太王'이란 말이 들어갔다 해서, 그것이 곧 광개토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고구려왕의 시호에도 이런 문구는 흔히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는 그의 독창적인 견해는 아니다. 일부에서는 그런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씨는 이 논문에서 문제의 청동방울에 적힌 문구는 신묘년이라는 해에 호태왕의 무당이 방울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되므로, 당연히 이 방울이 출토된 태왕릉은 신묘년에 축조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백씨는 신묘년은 광개토왕 즉위년이기도 하면서, 그의 아버지 고국양왕이 죽은 해이므로 신묘년에 만든 방울을 부장한 태왕릉은 당연히 고국양왕릉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백씨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광개토왕 생전 업적을 잔뜩 나열하고 있는 광개토왕비의 성격을 중국에서는 이미 진(晉)-송(宋) 시대에 유행하는 신도비(神道碑)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신도비란 말 그대로 무덤으로 통하는 길, 귀신이 통하는 길에 세우며, 더욱 중요한 점은 그런 신도비가 중국에서는 묘를 기준으로 동남쪽에 세우는 것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고 백씨는 강조한다.
그런데 신도비인 광개토왕비는 장군총을 기준으로 정확히 동남쪽에 위치하며, 이로 볼 때 광개토왕릉은 장군총으로 보아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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