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일주일 새 70원 가까이 ‘널뛰기’
미·중 관세 치킨게임(양보 없는 충돌)에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관세 전쟁을 피할 안전 자산 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한국의 원화는 이리저리 치이면서 롤러코스터 환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관세 전쟁의 피해가 크고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치 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에 원화 환율이 치솟았다가(원화 약세), 미국 달러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달러 약세가 심화되면 환율이 급락(원화 강세)하면서 환율이 널뛰기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옥과 천당 오간 원화 환율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일 오전 2시 야간 거래를 마치면서 달러당 142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작년 12월 5일 야간 종가 기준으로 1417.3원을 기록한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1일 엔화, 유로화 등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2022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인 99.005까지 떨어지는 등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달러 약세)을 보이자 원화가 달러 대비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관세 부과로 미국 물가가 급등할 우려에 소비 심리는 급락해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데 따라 달러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미시간대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0.8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 지수는 올 들어 4개월째 하락 흐름이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 국채를 ‘팔자’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분위기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중반만 해도 달러와 원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분위기였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수준인 달러당 1500원 선을 위협받았다.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8일(1473.2원), 지난 9일(1484.1원) 모두 급등세를 이어가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9일 장중에는 1487.3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3일 미국이 한국 등을 포함해 상호 관세 부과를 발표하고, 중국이 맞불 관세를 밝히는 등 관세 전쟁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한국이 관세 전쟁의 주요 피해국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이 미국 관세 인상에 위안화 절하로 대응하면 한국 원화도 동반 약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주 원화 환율이 널뛰기를 하면서 주간 종가 기준으로 원화 환율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는 67.6원에 달했다. 이는 2022년 11월 7∼11일(주간 변동 폭 101.0원) 이후 2년 5개월 만에 변동 폭이 가장 컸다.
◇‘거의 유일한’ 안전 자산 금값은 고공 행진
최근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분별한 관세 정책과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가 더 이상 안전 자산이 아니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른 통화 가치는 오르고 있다. 달러 대비 일본 엔화는 143엔대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하고, 달러 대비 스위스프랑도 0.82달러 내외로 폭락(가치 폭등)하면서 최근 10년 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등이 미국 국채를 팔아 미국에서 자금을 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1일 CNBC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관세 인상이 있으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최근) 달러 약세는 사실은 투자자들의 선호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에 신뢰를 부여한다”고 했다.
달러의 안전 자산 지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대안으로 금으로 수요가 몰리며 금값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 종가는 2.1% 오른 온스당 3244.6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현물 가격도 이날 사상 처음 온스당 3200달러 선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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