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규제 못풀고 재건축 찬물 …"이대로면 2~3년후 공급절벽"
지방 미분양주택 해소 방안
조세특례법 개정해야 가능
안전진단 시기 조정 안되면
재건축단지 사업 속도 타격
실거주 의무 폐지도 불투명
◆ 제22대 국회의원선거 ◆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국정 전반에 대한 민심 이반이 확인된 만큼 '주택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은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
4·10 총선 후 부동산 정책 추진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가 내린 진단이다. 총선이 야당 압승으로 끝나면서 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각종 부동산 정책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올해 초 발표한 '경제정책방향'(1월 4일)과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1월 10일), '도시 공간·거주·품격 혁신 방안'(3월 19일),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3월 28일)이 대부분 입법과 기존 법률 개정에 따라야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바로는 관련 법안이 20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택 거래 활성화와 직결된 세제 개편은 여러 법안과 맞물려 있다. 일단 양도세 중과는 현 정부가 지난해부터 개선하기로 했지만 그간 개정안 마련에 번번이 실패했다. 앞으로 2년간 준공되는 신축 소형주택에 대한 원시 취득세 최대 50% 감면과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모두 지방세법과 소득세법,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할 사안이어서 남은 21대 국회 본회의나 새로 개원하는 22대에서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85㎡·6억원 이하)을 구입하면 2년간 세제 산정 때 주택 수에서 빼주는 방안을 1·10 대책에 담았지만 이 역시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주택 미분양의 80% 이상은 지방이고, 이는 부동산 금융 부실과도 직결돼 있다"며 "거야 정국이지만 주택 공급과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해 역점을 뒀던 '공시가격 단계별 현실화 로드맵 폐기'도 주택 보유자들의 세금과 관련한 문제다. 정부는 오는 2035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종전의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겠다고 지난달 중순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방세법뿐 아니라 부동산공시법을 손질해야 한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현 야당이 집권 당시 내놓은 방안이다 보니 이를 법 개정으로 무산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급등한 공사비 탓에 주춤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1·10 대책의 핵심이었던 '정밀안전진단 시기 연기'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을 통해야만 가능한데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분당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규제 완화 시그널을 보여줬는데 총선 이후로 불투명해진 게 아닌가 싶어 일부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조기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건 대출 규제를 비롯해 분양가상한제 지역의 실거주의무도 꼽힌다. 비록 실거주의무는 올 초 3년 유예로 확정됐지만 폐지가 아닌 이상 문제는 다시 돌아오게 된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주택법 개정 사항이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지방 개발부담금 한시적 유예도 8년 만의 재도입 기대감을 시장에 불어넣었지만 이번 총선 결과 시계 제로 상황에 빠졌다.
한 업계 전문가는 "총선 전부터 여아가 이구동성으로 합의한 철도 지하화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대 같은 대형 개발사업을 제외하면 세제와 재개발, 지방 건설경기 회복 관련 규제 완화를 장담할 수 없는 형국"이라며 "주택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라도 현 정부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틀인 1·10 대책의 후속 입법과 개정만이라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는 22대 국회에 건의하기 위해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비롯한 28개 정책과제를 최근 국회에 전달했다. 여기엔 3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을 현 계획인 평균 200% 수준에서 250%로 올리고, 자족용지 일부도 공동주택용지로 전환해 달라는 제안이 담겼다.
[서진우 기자 / 김유신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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