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포기하고 증여까지 미룬다..다주택자 늘린 '집값 하락의 역설'
尹정부 이후 절세용 매물·증여도 크게 줄어
기록적인 거래 절벽 속에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줄었던 다주택자 비율이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집이 좀처럼 팔리지 않자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인 다주택자가 늘었고, 더불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와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폐지 예고 등 세 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도를 미루는 이들 또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최근 집값이 조정 받자 추후 더 낮은 값에 증여하고자 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등 증여가 줄어드는 것 또한 다주택자 비율을 늘리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1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지난 8월 기준 16.20으로 전달(16.17) 대비 0.03포인트 증가했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아파트, 다세대·연립주택,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소유한 사람 중 2채 이상 소유한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전체 집합건물 소유자의 16.20%가 다소유자라는 의미다. 오피스 등도 포함하고 있어 실제 다주택자의 비율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체 집합건물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전반적인 추이는 유사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집합건물 다소유지수는 해당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으나 전임 정부가 다주택자 옥죄기에 나선 2020년 7월(16.70)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진입했다. 이후 꾸준히 줄어 지난해 12월에는 16.13을 기록하며 2019년 1월(16.12)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1월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3월(16.15)까지 소폭 상승하던 이 지수는 4월과 5월 약보합세를 보이며 다소 주춤했으나 6월(16.16) 다시 보폭을 넓혔고 지난달에는 1년 전인 지난해 8월(16.21)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는 2019년 상반기와 유사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다주택자가 절세를 목적으로 주택을 매도하던 분위기가 꺾였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주택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면서 처분 결정을 유예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취임 직후인 지난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하면서 다주택자의 이른바 절세용 매물은 줄어든 바 있다.
동시에 거래 절벽에 따른 매매가 하락이 이어지자 증여 또한 크게 줄어든 점도 다주택자 비율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서울에서 증여를 원인으로 한 집합건물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건수는 596건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 854건의 69% 수준이다. 지난해 8월 전체 소유권이전 등기 신청(1만6488건) 중 증여의 비율이 5.1%인 것과 비교해 올해에도 전체 건수(9600건) 대비 6.2% 수준으로 집계됐다. 최근 급격히 줄어드는 매수세와 함께 증여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다.
통상 증여는 보유세 산정일(6월 1일) 전 급격히 늘었다가 6월부터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 집값은 급등하고 정부 정책상 보유세 부담이 많이 늘어나며 매달 서울에서 증여는 800~3000여건이 등기신청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6월 574건, 7월 512건 등 500여건대에 머물러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특히 자녀와 관련성이 밀접한 증여의 경우 그 가격이 낮을수록 과표기준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절세 효과를 여러방면으로 따지고 증여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거래절벽 심화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영향도 다주택자 비율의 증가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매도 결정을 내린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놨지만 매수세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1.8로 17주 연속 하락했다. 연이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주택시장에는 살 사람보다 팔 사람이 많아져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5월 9일까지는 조정대상지역 내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고 지방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이 아예 해제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 완화와 등록임대사업자 부활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 상황”이라며 “집을 매각하려고 하더라도 안 팔리는 경향까지 뚜렷해 당분간 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며 일단 보유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은희·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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