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돌인 줄 알았는데” 떼죽음 부르는 무서운 신호…온 바다에 퍼졌다 [지구, 뭐래?]

김광우 2025. 4. 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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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 현상이 나타난 산호초 모습.[ICRI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원래 하얀색 아니었어?”

색이 하얗게 바랜 산호초. 인간의 눈에는 그저 예쁜 모습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구의 비극을 예고하는 최악의 현상 중 하나이기 때문.

지구가 관측 이래 최대 온도를 기록하며, 열에 취약한 산호가 떼죽음 위기에 처했다. 특히 전 세계 84% 개체에서 색이 하얗게 변하는 위험 전조 현상이 나타났다.

산호초는 전체 해양생물 3분의 1의 생존에 영향을 주며, 생태계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개체 감소가 곧 해양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

일각에서는 산호 멸종으로 인한 변화가 최대 10억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생존과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화 현상이 나타난 산호초 모습.[ICRI 제공]

국제 산호초 이니셔티브(International Coral Reef Initiative, ICRI)에 따르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발생한 네 번째 산호 백화 현상을 공식 선언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경보 상태는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 현상은 수온의 급격한 변화로 산호가 하얗게 죽어가는 현상을 뜻한다. 1년 넘게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이어지며, 경보를 종료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퍼들이 파도를 가르며 서핑을 즐기고 있다. [부산=임세준 기자]

산호는 열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부에서 빛과 에너지를 생산하는 조류를 방출한다. 이후 흰색으로 변화는 ‘백화 현상’이 일어난다. 외부 환경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고수온이 지속되면 결국 죽는다.

전 세계적 백화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하지만 피해 규모는 역대 최대다. 미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전 세계 산호 84%가량이 백화 수준의 열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백화 현상이 나타난 산호초 모습.

이는 25년 전에 비해 4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1998년 발생한 첫 번째 대규모 산호 백화 현상에서는 전 세계 산호초의 21%가 열 스트레스를 받았다. 2010년 두 번째 백화 현상은 37%, 2014년 세 번째 백화 현상은 68%로 점차 그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는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였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전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1.55도 상승해, 175년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백화 현상이 나타난 산호초 모습.[ICRI 제공]

특히 바닷속 열에너지 총량을 뜻하는 해양 열량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해수면 온도 또한 20.87도로, 관측이 시작된 지 6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문제는 단순히 하나의 종이 멸종하는 게 아니라는 것. 인류가 현재까지 발견한 해양생물의 약 3분의 1은 생존 과정에서 산호초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50만종 이상은 산호초 주변에서 서식하며 식량과 번식지, 피난처 등을 제공받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연합]

인간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어업에서 산호초 지역의 어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한다. 산호초가 제공하는 보호 기능 덕분에, 산호초 지역이 다른 해양 환경보다 높은 생산성을 나타내고 있다.

ICRI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산호초로부터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은 10억명에 달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호가 사라질 경우 식량 및 일자리 부족을 유발해 2100년까지 5000억달러(한화 약 717조원)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백화 현상이 나타난 태평양 산호초.[ICRI 제공]

심지어 산호의 멸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살아 있는 산호의 비율은 1950년대 이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 들어서는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 글로벌 산호초 모니터링 네트워크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전 세계 산호 개체는 14%가량 줄었다.

물론 아직 ‘마지노선’을 넘어서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국가 및 지역 차원에서 산호 복원을 위한 투자를 강화할 경우, 충분히 산호의 회복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궁극적으로는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산업 분야에서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김은희 기후해양연구소 소장은 “산호의 70~90%가 고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책 변화와 그 실행은 직면한 위험에 발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화석연료 기반 산업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얀 ‘이것’… 알고 보니 죽음의 신호였습니다 #산호 #바닷속 #기후변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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