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같은 내 돈 몽땅 날렸다"..4년 새 78배↑ 전세사기 주의보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로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속을 끓이는 피해자도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14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 동안 전세 보증사고 피해 금액은 201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56억원) 대비 29.7% 급증했다. 이는 HUG의 전세금 반환 보증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세입자만 조사한 결과라, 전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대차시장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의 비율은 1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세금 보증사고 금액은 2017년 74억원에서 2018년 792억원→2019년 3442억원→2020년 4682억원→2021년 5790억원으로 한 해도 빠짐없이 증가했다. 2017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4년 만에 78배 폭증한 것이다. 물론 이 기간 보증 가입 금액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사고 금액이 불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전세 사기는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이 높은 권역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매매거래 건수가 없는 신축빌라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주가 자체적으로 임대 사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세입자를 들인 후 명의만 제공하는 '바지사장'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신용불량자나 노숙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수수료를 주겠다고 하거나 보증금을 이어받게 해 주겠다고 속여 계약을 체결한다.
세금을 내지 않는 일이 잦은 집주인도 위험하다. 세금 체납에 따른 공매는 조세채권 우선의 원칙에 의거해 전세 확정일자 권리보다 우선된다. 세입자는 공매 후 세금 체납액을 제외한 돈만 받을 수 있다. 세금 체납액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전세 사기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이다. 집주인이 보증금 반환을 해 주지 않으면 HUG가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내주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빈틈은 존재한다. 집주인이 HUG에 다른 채무가 있으면 세입자는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을 거부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입자는 상품 가입 신청서를 접수하기 전까지는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없다. 임대차계약서 작성 시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이 불가능할 때 계약금을 전액 돌려준다는 특약을 넣는 것이 좋다.
또 산정된 전세금이 적절한지 시세를 알아봐야 한다. 공인중개사무소를 돌며 발품을 파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이나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에서도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합리적인지 따져볼 수 있다.
건축물대장·등기사항증명서·전입세대열람내역서 등 부동산과 관련된 공문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등기사항증명서에 기재된 부동산 소유자 정보가 계약자인 임대인과 동일인인지 반드시 해야 한다. 대부분의 근저당권도 등기사항증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건축물대장을 발급해 부동산의 면적과 불법건축물 여부를 확인하고, 전입세대열람내역서를 기반으로 또 다른 임차인 유무와 이중계약 여부 및 보증금 총액을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집주인에게 국세·지방세 납부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하는 것도 세입자의 권리다. 미납국세 열람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집주인의 동의서를 받아 소재지 관할 세무서를 방문하면 밀린 세금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정부도 전세 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조만간 전세피해 예방·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청년층 보증료 부담을 낮춰 전세 보증 가입률을 높이고, 구체적인 피해 예방책을 마련해 홍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악성 임대인 공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고, HUG에는 전세피해 지원센터를 조속히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원 장관은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은 사회초년생에게는 전 재산일 수 있고, 중년세대에게는 유일한 노후 자금일 수도 있다"며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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