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또 뛰는 집값..문 대통령의 '한번도 경험못한 나라' 종착지 어디까지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문재인 정부 임기 말기가 다가오지만 집값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4년간 25차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통해 대출을 옥죄고 다주택자에게 세금 폭탄을 매기는 등 채찍을 들었지만 집값이 안정되지 않자 올해는 전략을 바꿔 2·4 대책을 통해 83만호 역대 최고 수준의 주택 공급을 푸는 당근책을 내놨으나 약발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논란까지 불거져 민심은 회복 불능 상태에 달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면에 나섰지만 시장 안정을 담보할 '한 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1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전국 집값은 2019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21개월, 서울은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12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7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0.25%로 전주와 같았다. 47주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주를 포함해 4주 연속 0.1%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4 공급 대책 이후 한동안 상승 폭이 둔화되며 안정세를 보이다가 4·7 재보궐선거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오름폭이 가팔라졌다.
수도권 아파트값 오름세는 더 무섭다. 경기도는 지난주 0.36%에서 이번주 0.39%로 상승폭이 높아졌고, 인천은 0.46%로 지난주와 같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집값이 고점에 근접했다며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아파트값은 더 위로만 향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무주택 서민이나 젊은 층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되자 이들이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형국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4년간 전국 아파트값은 62%, 서울 아파트값은 약 87% 급등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빼면 대부분 아파트 가격이 배 이상 상승했다는 얘기다. 집값이 폭등하는데 전셋값이 주춤할 리 만무하다. 민간 조사 기관인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서울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4% 올랐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을 내 투자)로 가계부채가 팽창하면서 집값이 뛰자 한국은행은 금융 불균형을 키우는 '주범'으로 주택가격 급등을 지목했다.
한국은행은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주택 공급 부족과 전대미문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집값 상승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혼인율이 저조한 탓에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가구 수가 237만 세대나 늘어 주택 수요는 많은데,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로 공급 불안이 커지자 주택 매입이 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서 차입 비용이 줄어든 것도 자산시장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집값이나 전월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와 내년 현저하게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19년과 2020년 연간 4만9000가구 수준에서 올해와 내년 각각 3만 가구와 2만 가구 수준으로 급감한다. 정부가 출범 초기 과감한 공급 대신 수요 억제책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물량이 급감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2·4 대책에서 전국 83만 가구, 서울 32만 가구의 주택 공급대책을 내놨으나 택지확보와 건축에 시간이 걸려 입주까지는 5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주택 부족을 당장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달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면서 매물이 잠긴 것도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유동성, 주택 공급 부족, 주택 매물 잠김 등 코로나 19 사태 이후 집값을 밀어 올린 흐름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에 집값이 안정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나 0.25%포인트씩 찔끔 올려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파격적 공급 대책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 한 전셋값·땅값 상승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구조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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