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석달.. 서울 전셋값 2년치만큼 올랐다

정순우 기자 2020. 11. 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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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월 동안 3762만원 올랐는데.. 7월 이후 3755만원 상승

지난 2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분 중 절반이 올해 7월 주택임대차법 시행 후 3개월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입자의 임차 기간을 최장 4년간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도 2년에 5%로 묶자 집주인들이 미래 인상분까지 한꺼번에 올리면서 전셋값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강남·서초구 등 집값이 비싼 지역보다 금천·강북구 등 서민 주거 지역의 전셋값 상승률이 더 가팔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임대차법 시행 이후 매매 가격도 꾸준히 올라 전국 아파트의 20%가 고가(高價) 주택 기준인 9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전셋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규제 때문에 전세 시장이 대혼란에 빠지며 서민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매매 시장으로까지 불똥이 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대차法 석 달, 2년치 전셋값 올랐다

2일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개정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7월(4억9922만원)보다 3755만원(7.52%) 올랐다. 최근 3개월 전셋값 상승분은 2018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21개월간 오른 금액(3762만원·8.15%)과 비슷하다. 지난 2년간 오른 전셋값(7517만원) 가운데 절반이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상승한 것이라는 얘기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2018년 11월 8억2000만원이던 전세 실거래가가 올해 7월 10억원으로 1억8000만원 오르기까지 1년 8개월이 걸렸는데, 지난달 12억원에 거래되며 석 달 사이 2억원 급등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는 전셋값 상승의 원인으로 시중 유동성과 가을 이사철 수요 등을 언급하지만 임대차법 여파로 전세 매물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1233건으로 3개월 전(3만7174건)보다 70% 줄었다.

2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에 ‘정부 정책 OUT’ 포스터가 붙어있다. 정부가 지난 7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새 임대차법을 시행한 이후 ‘전셋집 품귀 현상’이 확산하면서 전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 아파트 ㎡당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618만2873원으로 7월보다 7.69% 올랐다. 금천구가 10.99%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성동구(10.87%), 은평구(10.33%), 강동구(10.17%), 광진구(9.52%), 강북구(9.49%)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인기 지역은 물론, 서민 거주 수요가 많은 지역도 임대차법 개정 후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구(7.08%), 서초구(7.6%)는 오히려 서울 평균을 밑돌았다.

한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 상승 폭이 올해(4.4%)보다 더 확대된 5.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매 시장은 양극화… 전국 아파트 20%가 9억 초과

임대차법 개정 여파로 전셋값이 급등하는 가운데, 매매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중저가 주택보다 고가 주택이 많이 오르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KB에 따르면 전국 5분위(상위 20%)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달 9억2025만원을 기록하며 2008년 12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9억원을 돌파했다. 5분위 아파트값은 올해 1월(7억5082만원) 대비 22.57%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1분위(하위 20%) 아파트값은 1억861만원에서 1억1017만원으로 1.44% 오르는 데 그쳤다. 2분위 5.22%, 3분위 11.2%, 4분위 18.57% 등 비싼 아파트일수록 더 가파르게 올랐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등 매매 수요가 몰리는 지역 위주로 집값이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매매, 전세 구별 없이 부동산 시장 전체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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