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은 과도기" "월세가 어때서".. 서민 가슴에 불지르는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부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도 올가을 전세 대란의 원인을 저금리와 계절적 요인 등 외부 요인으로 돌리면서 남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이 지난 7월 말 '전세 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도입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 상한제가 도리어 ‘전세 대란’을 촉발했다”고 지적한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며 내놓은 각종 세제·대출 규제, 실거주 요건 강화 등의 정책이 집값은 못 잡고 전세난만 심화시켰다. 민간이 전셋집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막아놓은 정부가 전세난이 터지자 해결책은 못 내놓고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는 다짐만 하는 꼴이다.
◇전세난도 남 탓, 유동성·신혼부부 탓?
KB국민은행이 집계하는 서울 주간 전셋값 상승률은 주택임대차법 개정 직전 0.29%에서 지난주 0.51%로 확대됐다. 수도권 상승률도 0.21%에서 0.51%로 뛰었다. 대전·대구·울산 등 지방 광역시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며 전세 대란이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2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부총리는 “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분석하고 매매 시장과 전세 시장의 안정을 다각적으로 고민할 예정”이라고만 했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와 여당이 조만간 별도의 전세 대책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맹탕’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전세난의 원인을 임대차법이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어 “여론을 호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3일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전세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최근 몇 년째 저금리 상황이었고, 7월 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세가격이 뛰어올랐다”고 반박했다.
홍 부총리는 28일 최근 전세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가을 이사철 같은 계절적 요인과 혼인 등 코로나로 연기됐던 입주 수요 증가를 꼽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투자 성격이 있는 매매 수요와 달리 전세는 실수요 중심이기 때문에 유동성과 큰 관련이 없다”며 “가을에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매년 있는 일인데 이를 전셋값 상승의 원인이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유체 이탈’ 화법
문 대통령도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잇달아 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세계적으로 유동자금은 사상 최대로 풍부하고 금리는 사상 최저로 낮은 상황”이라며 “정부는 최선을 다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며, 서민들과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했다는 비판 여론은 무시한 채, 유동성 탓만 한 것이다. 열흘 후 국회 개원 연설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시세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대폭 인상해 부동산 투기를 통해선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했다. 지난 3년간 줄기차게 다주택자 규제를 쏟아내고도 집값 안정에 실패한 부분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전세 대란을 촉발한 주택임대차법에 대해서는 “40년 만의 획기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2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때 홍 부총리 발언도 논란이 됐다. 그는 “과도기적 상황인 ‘사점(dead point)’을 조기에 통과하고, ‘세컨드 윈드(second wind)’를 앞당겨 맞이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고강도 운동을 할 때 숨이 가빠졌다가 신체가 적응하면서 괜찮아지는 생체 현상을 빗대 ‘전세 대란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주장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전세 대란으로 국민이 받는 고통은 나날이 커지는데 정부는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전세난 해법으로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 공급’을 꼽았지만, 민간을 배제한 채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 부총리가 시장 안정 방안으로 언급한 ‘지분적립형’ 주택 역시 첫 분양이 2023년이어서 입주까지 최소 5년은 걸린다. 당장 주택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와 여당은 9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 소유자의 재산세 인하 방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시가격 과속 인상으로 이미 서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급증한 상황에서 일부의 재산세만 낮추는 것을 두고 ‘지나치게 정치적’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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