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안정됐다는데 그런 곳이 안보이네.. "도대체 서울 어디가요?"

김민정 기자 2020. 9. 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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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4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은 결과로 전세시장이 안정되고 있다고 진단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그런 곳을 찾기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니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만 내놓는다는 불만도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8일 3기신도시 등의 사전청약 일정을 발표하면서 "전세가격 상승률도 5주 연속 오름세가 둔화돼 6월 3주차와 유사한 수준을 나타냈다"고 했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거래 현장에서는 전세 물건 찾기가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물건이 귀하다 보니 가격이 크게 오른 곳도 많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바탕으로 한 새 임대차법이 7월 31일 시행된 직후 이런 현상은 심해졌다.

전체 9510가구짜리로 서울 최대 단지로 꼽히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 현재 나와 있는 전세 물건은 평형 별로 0~3개 정도다. 헬리오시티 인근 A 공인 관계자는 "33평형 물건이 가장 많은 게 3개 정도이고 42평형은 물건이 하나도 없다. 38평형은 물건이 하나 있다"면서 "임대차법이 시작된 이후 임차인들이 2년 더 거주하겠다고 밝히면서 물건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체 3885가구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전세 물건도 자취를 감췄다. 단지 인근 A공인은 "34평형 전세 물건은 1건 있고 나머지는 전부 반전세 물건이고 24평형도 전세 물건이 2개뿐"이라면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로 집주인들이 반전세로 돌려 세금을 내겠다는 문의가 이어지면서 순수 전세 물량은 아주 희소해졌다"고 했다.

가격 상승세도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확인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서울에서 같은 단지·면적의 전세 거래가 지난 7월과 8월에 연속 발생한 사례 1596건을 살펴본 결과 상당수 단지에서 전셋값이 ‘억’ 단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전용면적 107㎡는 지난달 8억9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지난 7월 같은 조건 전세 계약(6억5000만원)보다 2억4500만원 올랐다. 마포구 중동 울트라월드컵 전용 85㎡는 8월 5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돼 7월 최고가와 비교해 1억3000만원, 노원구 비콘드림힐3차 전용 85㎡는 같은 기간 3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억5000만원 뛰었다.

강남권 고가 전세도 신고가를 새로 쓰면서 계약되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3 전용 141.38㎡는 지난달 18억원에 전세 계약됐다. 이는 직전 전셋값인 16억원보다 2억원 뛴 가격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8㎡ 전세는 지난달 17억원에 거래돼 6개월 전보다 1억원 올랐다.

강남구 도곡동 ‘삼성래미안’ 전용 84.89㎡ 전세는 지난 2일 12억8000만원에 계약돼 두 달 전에 같은 면적이 11억2000만원에 거래된 것보다 1억원 이상 올랐다. 개포우성1 전용 127.61㎡ 전세는 지난 7월 14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이는 6월 계약된 12억과 12억7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여러 단지에서 올해 안에 전·월세 최고가 기록이 깨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셋값이 안정됐다는 판단과 달리 여전히 전세 시장은 불안하고, 앞으로는 더 불안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임대차 3법 등으로 전세 물건은 감소하고, 그와 동시에 거래량도 줄어들면서 전세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인 것은 착시 효과"라면서 "전셋값이 안정됐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부 지표를 보면 전셋값이 하락했을지 몰라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여전히 강보합 상태"라면서 "전셋값은 오르는데도 내년 사전 청약 전까지 공급도 잠겨있어서 전세 시장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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